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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로시 고바야시,Paralumina 빛 너머의 세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일본 출신으로 아시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히로시 고바야시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대표 이동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타이틀은 ‘파라루미나(Paralumina·빛 너머)’.
고바야시는 하얀 화폭에 춤추는 인형을 그려넣는 작가. 백색과 푸른색을 기조로 하는 그의 상큼하면서도 독특한 회화는 중국과 한국에서는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 전시가 열리면 작품이 솔드아웃되곤 한다.

일본에서 태어나 활동했지만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더 널리 알려진 고바야시는 푸르른 인형들이 화폭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도록 배치한다. 곰인형, 소녀인형, 원숭이인형 등은 공중을 이리저리 부유하며 자유분방하게 춤을 춘다.
인형의 복슬복슬한 털이며 바이올린의 활까지 세밀하게 묘사된 그림은 얼핏 보면 영락없는 사진이다. 그러나 고바야시의 작업은 엄연한 회화다.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일일이 그려낸 페인팅 작품이다.

작가는 시중에서 다양한 인형들을 구해 강한 스포트라이트를 주도록 연출한 다음,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다. 그런 다음 그 이미지를 화폭에 일일이 손으로 옮기는 과정을 취한다. 빛의 그라이데이션을 표현하기 위해 색의 강도를 여러 층으로 나눠 그리는 것이 포인트. 따라서 작품엔 레이어가 살아 있다. 인형들이 화폭 밖으로 나올 듯 생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렇듯 사진보다 더 리얼한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사진과 회화의 중간지점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사진의 매끈함과 회화의 미묘한 질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그런 그림을 추구한다”고 했다.


히로시 고바야시 ‘음악의 탄생’, 캔버스에 아크릴, 2013 [사진제공=아트사이드 갤러리]
히로시 고바야시 ‘음악의 탄생’, 캔버스에 아크릴, 2013 [사진제공=아트사이드 갤러리]

고바야시는 지난 2011년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과 원전사고를 겪었다. 쓰나미 이후 작가는 가족들을 안전한 오키나와로 피신시킨 후 지난 2년간 한국에서 홀로 작업했다. 이번 서울 전시에 출품된 30여점의 작품은 지난 2년간 서울서 그린 것들이다. 따라서 신작에는 대지진 여파로 하늘로 솟구쳐 오르거나 유모차에서 튕겨져 나가는 인형들이 등장한다. 전혀 예기치 못했던 대지진의 끔찍했던 순간이 작품 속에 은연 중 반영된 것.

히로시 고바야시에게 인형은 트레이드 마크다. 인형을 그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작가는 인형은 인간과 사물의 중간적 존재이고,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이입시키고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림 속 인형들은 악기도 연주하고, 춤도 추며 마치 뮤지컬을 펼치는 듯 신명이 나있다. 작가는 “대지진으로 집을 잃고 다른 나라에서 외롭게 작업을 해야했지만, 작업을 통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역으로 즐거운 인형들을 그렸다”고 밝혔다. 그는 곧 가족이 있는 오키나와로 돌아간다. 전시는 10월 6일까지. 02-725-1020.
yrlee@heraldcorp.com



히로시 고바야시 ‘비상대피’, 캔버스에 아크릴, 2013 [사진제공=아트사이드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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