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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관상
중국 ‘한서(漢書)’에 ‘등통(鄧通)의 산(山)’이란 말이 나온다. 구리광산을 뜻한다. 등통은 한나라 문제에게 발탁돼 문제로부터 총애를 받고 벼슬이 상대부에 이르렀는데, 당시 어느 관상가가 그의 상을 보고 굶어죽을 상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문제는 일부러 그를 부자로 만들어주기로 마음 먹고 등산(鄧山)을 하사했다. 등통으로 하여금 마음껏 구리로 돈을 만들어 쓰도록 한 것이다.

관상학은 중국 혼란기인 춘추전국시대 인물을 가려 쓰기 위해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신라 때 중국 유학을 갔다온 이들에 의해 들어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걸쳐 활개를 쳤다.

관상을 보는 방법 중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건 동물법이다. 얼굴과 행동의 특징을 잡아 동물과 연결하는 관상법으로 동양학자 조용헌 씨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라소니상이다. 빠르고 민첩한 난타전의 명수인데 미묘하고 애매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 확보에 동물적 후각을 발동시키는 데 탁월하다. 그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두꺼비상에 해당한다.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가만 있다가 잽싸게 파리를 잡아채는 두꺼비는 예로부터 재물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 회장의 선친 이병철 회장이 신입사원 면접 때 관상가를 두고 점수를 매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 관상가가 작고한 뒤에는 본인이 직접 챙겼다. 그가 좋아한 관상은 단정한 얼굴이었다. 단정한 상은 정직하고 배신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관상이 시쳇말로 ‘생긴대로 논다’는 얘기라면, 최근의 관상학은 ‘잘 살면 좋은 상이 된다’는 ‘큰바위 얼굴’론에 가깝다. ‘등통의 산’이나 영화 ‘관상’에서 천재 관상가 송강호의 말도 그런 뜻을 내포하고 있다. “각각의 파도들만 생각했지 정작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생각하지 못하였구나.”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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