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안무가 김보람 “왜 벗었는 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작가의 노하우죠”
무대에선 늘 선글라스 또는 수경을 쓴다. 머리칼은 비니(달라붙게 쓰는 모자)로 가린다. 현대무용계에서 젊은 무용가이자 안무가 김보람(30)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다. 현대무용은 어렵다는 편견이나 선입견을 없애는데, 김보람의 톡톡튀며 발랄한 안무는 늘 제 몫 이상을 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의 2대 예술감독인 안애순 감독의 취임 첫 공연 ‘11분’에서도 그랬다. 김보람은 재즈 선율에 맞춰 동성애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솔로 무대로, 관객의 눈을 10여분간 홀렸다.

“성(性)에 관해서 우리 사회의 일반적 시선을 다루고자 했어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게이(남성 동성애자), 트렌스젠더(성전환자)의 성향이 올려졌을 때 관객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지, ‘쉽게 인정하고 마음의 문을 열수 있을까’였어요.”

최근 세종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보람은 자신의 안무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파울로 코엘료의 동명소설 ‘11분’을 허효선, 이준욱, 김보람, 최수진, 지경민 등 젊은 무용수 5명이 각자 표현한 이번 공연은 4회 전회 매진이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재즈 트리오(이상민, 조윤성, 황호규)의 라이브연주, 드라마트루그를 맡은 김경주 시인의 자막 선구안이 5명의 안무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전체 공연의 완성도가 높았다. 이 가운데 관객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김보람의 무대였다. 김보람은 처음에는 트렌치코트에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 현대 도시인의 모습을 보이다가 다른 남자 무용수의 바지 춤에서 바나나를 꺼내 까먹는 장면을 연출하는가 하면 마지막에는 흰 셔츠만 입은 채 가슴은 불룩하게 하고 허리는 잘록하게 만들어 여자인 체 하더니 팬티를 벗어 관객에게 던졌다. 또 트레이드마크인 선글라스를 벗고 맨 눈으로 객석을 향해 도발적인 춤도 췄다.

“김연아도 몸으로 감동을 주지 않나요? 몸의 언어는 말이나 설명보다 훨씬 단순하면서 강하죠.”몸의 언어, 곧 춤으로 많은 이들과 소통하는 게 안무가 김보람의 바램이다.[사진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김보람은 “팬티 안에 살색 속옷을 입고 있었죠”라며 진짜 노출 여부에 대한 관객의 궁금증에 답하면서 “외국에는 전라 노출도 많고, 파격적 무대도 많다. 어떤 주제를 얻어 가느냐는 관객의 몫이고, 왜 그걸 벗었는 지 전달하는 건 작가의 노하우다”고 말했다. 또“눈을 보면 오해할 여지가 많아서, 그동안 눈을 가렸는데, 이번에는 관객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선글라스를 머리에 올렸다”고 덧붙였다.

관객과의 교감, 소통은 그에게 숙제같은 것이다. 그는 “외국 공연을 나가면 그 많은 객석이 일반인으로 꽉 차는 게 부럽다. 대중이 무용 장르를 어려워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용이란 관객이 자기의 상상으로 이해해야 재미있다. 자신의 상상력과 안무가의 의도가 소통하는 걸 발견하면 재밌어 진다. 가만히 앉아서 재밌게 해주길 바란다면 그건 소통이 아니라 ‘쇼’가 되는 거다”며 관객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또 “제 안무가 똑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어쩔 수 없다. 도자기를 굽듯 고집하고 싶은 거 하나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고도 했다.

김보람은 ‘2013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받아 다음달 8일과 9일 이틀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인간의 리듬’을 올린다. 그가 이끄는 무용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2년만의 신작으로, 쿠바, 브라질, 클래식, 팝 음악을 배경으로 남자 무용수 다섯명이 삶의 에너지와 리듬을 표현한다. 김보람은 “삶도 그렇지만, 결국 많은 답이 몸 안에 있다. 진짜 언어는 말이 아니라 몸의 언어이며, 그 가능성을 찾아 보여주기 위해 춤을 춘다”고 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현대무용안무가 김보람. [사진=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