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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궁민수와 납뜩이가 만나니…‘관상’ 통했다!
‘남궁민수’와 ‘납뜩이’가 만나니 통했다. 희비극 버무린 절묘한 시나리오가 객심(客心)을 흔들었다. 연산(‘왕의 남자’)과 광해(’광해“), 그리고 계유정난의 수양대군까지, 조선의 ‘문제적 시기’와 ‘문제적 군주’가 가상의 주인공과 만나니 역사적 상상력이 폭발했다. 그렇게 사극영화 ‘관상’이 그렇지 않아도 잘 나가는 한국영화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송강호, 조정석 주연의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이 추석을 앞두고 기록적인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관상’은 지난 11일 개봉해 닷새만에 260만명(이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동원했다. 천만영화 ‘7번방의 선물’(1280만명)이나 ‘광해’(1230만명)보다 빠른 속도라는 게 영화사(쇼박스)의 자랑이다. 개봉 첫 주말(13~15일) 흥행순위에서 ‘관상’은 매출점유율 63%로 다른 상영작을 멀찌감치 앞서 있는데다, 18일부터 닷새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에도 별다른 대형 경쟁작이 없어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벌써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관상’은 15세기 중반 조선 시대, 역적가문 출신으로 벼슬길이 막혀 ‘잡학’인 관상학으로 재주를 부리던 ‘관상쟁이’ 내경이 우연치 않게 한양으로 불려올려지면서 피비린내나는 정변의 한 복판에 휩쓸리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역사적인 배경은 수양대군이 단종을 내치고 자신이 왕위에 앉은 계유정난이다. 


영화의 간판인 주연 송강호와 조정석의 능수능란한 수작과 연기가 일단 돋보인다. ‘설국열차’로 한국영화관객으로부터 최고의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한 송강호와,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로 단번에 한국영화 기대주로 급부상한 조정석이 극중 매부와 처남지간으로 찰떡같은 앙상블을 보여준다. 영화 내내 매기고 받으며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남궁민수’와 ‘납뜩이’의 조합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탄탄한 얼개의 매력적인 시나리오도 흥행의 절대 요소였다. 극중 조정은 수양대군(이정재 분)과 김종서(백윤식 분)가 팽팽한 대결의 축을 이루고, 영화 전체 이야기에선 ‘아버지-아들-삼촌’(내경-팽헌-진형 對 문종-수양-단종)의 인물관계가 데칼코마니같은 구도를 만들어낸다.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희극적인 존재가 권력이 일으키는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니 감당할 수 없는 역사의 무게로 비극적인 운명을 맞게 된다.


사극영화 흥행 공식도 읽힌다. 광대나 관상쟁이 등 당대에 천대받았던 특수직업층에서 주인공을 뽑아내 피바람 일었던 조선의 ‘문제적 시기’에 무자비했던 왕의 궁으로 불러올리면 흥행 사극의 기본적 요건을 갖추게 된다. ‘왕의 남자’에선 남사당패 공길이 연산과 만났고, ‘광해’에선 역시 기방의 광대 하선이 궁에 들어갔다.

한국영화 흥행사극에서 정치는 늘 민심을 배반하고, 무자비한 권력은 범인(凡人)들의 소박한 원망(願望)을 잔인하게 비웃고 짓밟는다. 왜 한국영화 관객들은 미천한 대다수를 대변하는 사극 주인공이 비정한 권력에 패퇴하는 비극을 유난히 좋아할까. 여기에 ‘팩션’이라고 불리는 역사의 상상력이 동시대의 현실 및 대중의 정서와 만나는 흥행의 최종적 발화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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