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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악 앙상블 로티니, “우리가 즐거운데, 대중과 계속 소통해야죠”

지난 주말 프리마돈나 조수미의 파크콘서트 ‘라 판타지아’ 무대를 더욱 감미롭게 적신 건 ‘천상의 고음’과 잘 어우러진 남성들의 화음이었다. 성악 앙상블 로티니는 ‘플라이 투더 문’ ‘진주 조개잡이’ 등 재즈, 오페라 아리아 뿐 아니라 가수 정훈희의 히트곡 ‘무인도’까지 부르며,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을 찾은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의 관객의 귀를 사로잡았다.

“지난해 첫 단독공연 뒤 아줌마, 미시 팬들이 많이 생겼어요.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을 많이 해서 그런지, 페이스북으로 연락하시는 일본 팬도 계시고요.”

로티니 맏형 테너 박지민(35)의 말이다. 로티니는 박지민을 비롯해 바리톤 알도 헤오(허종훈ㆍ34), 임창한(34), 조셉임(임경택ㆍ30)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실력파 젊은 성악가 4명이 지난해 결성한 그룹이다. 이번 무대에는 유럽 공연 일정으로 내한하지 못한 임창한을 제외한 3명만 참여했다. 이들 셋은 또 첫 싱글 ‘비타 미아(Vita Miaㆍ나의 인생)’를 최근 국내에 발매하고, 앨범 발매 쇼케이스도 열었다. 클래식 음악가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어깨의 힘을 빼고, 대중과 호흡하려는 시도다.

[사진제공 =크레디아]

박지민은 “우리나라 최초의 클래식 음반 쇼케이스였다고 하더라. 권위의식을 빼려고 했다. 처음에는 대중이 어떤 걸 좋아하는 지 막연했는데, 지난해 10월 첫 콘서트 하고 나서 감이 좀 생긴 것 같다. 만족스럽다기 보다 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겠다는 희망과 에너지가 생겼다”며 지난 1년 간 활동을 되돌아봤다.

알도 헤오는 “(성악)선생님들 입장에선 (대중적인 활동에 대해)좋게 평가하지 않는 거 같다. 지금은 시대가 변화하고 있는데, 윗 세대 분들은 이미 안정이 되어 있어서 그 시각으로만 보려한다”며 전통 성악계의 좀 다른 시각도 전했다. 알도 헤오는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입장이고, 우리가 즐겁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면 이런 활동을 계속 해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클래식 대중화와 함께 클래식 아티스트로서의 기본을 지키려는 로티니의 고민은 최근 발매한 음반의 선곡에서도 드러난다. 팝가수 클리프 리처드만과 테너 빈센조 라 스콜라의 협업앨범에 담겼겼던 팝페라의 시초격인 ‘비타미아’, 1970~80년대 이탈리아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안코라’, 영화 ‘시네마천국’의 주제가, 나폴리 민요 ‘불 꺼친 창’ 등 대중적으로 인기있던 곡들로 모았다.


하지만 실상 로티니를 국내 무대에서 자주 만나기는 어렵다. 북남미, 호주, 유럽, 아시아 등 5대륙 각지에서 개별 활동을 하다 공연 시즌이 한가해지는 7~9월에나 겨우 모이기 때문이다. ‘라판타지아’ 무대를 마친 뒤 셋은 또 뿔뿔이 흩어진다. 17일 미국으로 출국한 조셉 임은 다음달 미국 버지니아에서 오페라 ‘마술피리’에 참여하며, 내년 1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리는 독창회를 준비한다. 한국인 최초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 무대 주역, 지난해 호주 시드니서 ‘라트라비아타’로 유일한 아시아 주역을 한 박지민은 런던, 칠레, 시드니 공연을 연말까지 소화한다. 스페인 빌바오 국제콩쿠르 1위 수상 뒤 스페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알도 헤오는 방글라데시에서 열리는 한국대사관 1주년 콘서트와 모나코 몬테카를로 극장에서의 오페라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두번째 단독 콘서트는 11월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막에선 이탈리아 칸초네를 주제로 한 곡들과 앨범 이야기를 들려주며, 2막에선 인순이의 ‘아버지’ 등 가요를 곁들인 대중적인 무대로 꾸밀 예정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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