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 대한 글은 쓰면 쓸수록 난감하다.
눈앞에서 둥둥 떠다니는 멜로디와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비트를, 글로 써낸다는 건 불가능하다.(…)
노래는 글을 사뿐히 밟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여기에 모은 글이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
(김중혁 산문집‘ 모든게 노래’책을 내면서 중)

음악적 안목 뛰어난 김중혁
산문집 ‘모든게 노래’ 발간
낯선 노래들 글로 쉽게 풀어 써


김중혁의 산문집 ‘모든게 노래’(마음산책)는 글은 글대로 재미롭게 읽을 수 있지만 제대로 읽으려면 그가 소개하는 노래를 직접 들어봐야 제맛이다.

그가 들려주는 노래가 낯설더라도 그의 황홀한 수다를 듣다보면 노래를 안 듣고는 못배기게 된다.

가령 그가 글을 쓸 때 실용적 목적으로 쓴다는 포티셰드의 트립합을 듣다보면 낮게 깔리는 음울한 베스 기본스의 목소리에 빠져 아예 책은 제쳐두고 샛길로 샐 수도 있다.

김중혁의 음악적 이력은 알 만한 이들은 다 안다. 소리에 대한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을 펴낸 이력도 있다. 중학교 시절 내내 공부 대신 음악가와 장르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데 열중했다니 기초가 일단 탄탄하다. 비록 발표는 안했지만 20여곡이 넘는 노래를 만들었다는 공언도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도 출연했을 정도로 음악적 안목이 공히 인정받는 분위기다.


그의 음악적 섭식은 다채롭다. 헤비메탈, 프로그레시브록, 로큰롤, 재즈, 얼터너티브록, 클래식에 국내 인디음악을 줄줄이 꿰어내 쪽집게 같은 비유로 각자에 걸맞은 이름표를 달아준다.

장미여관의 ‘봉숙이’로 치자면 사투리의 재발견이다. ‘시키돌라’ ‘시키났드만’ ‘묵고가든지’ 같은 평소엔 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부드러운 멜로디에 얹혀 샹송같은 묘한 분위기를 풍기니 이런 반전이 없다.

찌질하고 찡한 한국적 컨트리 음악을 만들어낸 바비빌, 우주적 사운드에 뜬금없는 제목을 붙여놓은 ‘산책 중에 우연히 마주친 외할머니’ 등은 문득문득 실소를 자아낸다.

“밤의 숨결을 긁어내리는 듯한 스네어의 소리와 한희정의 잠꼬대 목소리를 듣고 나면 도무지 낮이 낮같지 않은”(푸른새벽의 깊고 고요한 밤)이라든지, “숨소리가 어찌나 섹시하던지 듣는 내내 숨죽이고 소리에 집중한”(가인의 팅커벨), 루싸이트토끼의 ‘나에겐’을 듣고 합정역의 사람들과 그 너머의 거리 풍경이 일순간 멀어지는 기이한 체험을 했다는 묘사에 닿으면 저절로 음악에 손이 간다.

그의 취향에 따른 음악 3분류법은 어떤가.

그에게 음악은 듣는 순간 내 주위의 사람과 함께 어울리게 되는 노래(근시음악), 때로는 듣는 순간 선율이 만들어내는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눈을 감게 되는 노래(투시음악), 어떨 때는 듣는 순간 먼 곳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노래(원시음악)로 구분된다.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자신의 인생을 설명해줄 다섯 곡을 고른다면? 김중혁은 그 중 하나로 킨크스의 ‘Sunny Afternoon’을 든다. 이유는 엉성함 때문이다. 완벽한 비틀스에 비해 엉성하기 짝이 없는데다 레이 데이비스의 까끌까끌한 목소리가 매력적이고 후크로 가득한 팝송을 만들 줄 알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마추어같다는 것. 악기 하나가 빠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운드가 앙상할 때도 많고 새로운 실험 같은 걸 열심히 하지도 않는다. 그의 바람은 바로 그런 킨크스같은 엉성한 예술가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이아립의 ‘바람의 왈츠’, 포티셰드의 ‘Sour Times’, 오지은의 ‘Wind Blows’, 더 마그네틱 필즈의 ‘The Dreaming Moon’이 그의 인생을 대변해주는 노래목록이다.

‘나는 가수다’를 볼 수 없었던 같은 예술가로서의 불편한 속내, 곧 나오게 될지도 모를 아이디어가 반짝반짝한 피처링 소설 얘기, 제목 붙이기의 어려움 등 그 특유의 가벼움에 몸을 맡기고 소설과 음악세계를 둥둥 떠다닐 수 있다. 한국 인디음악의 길잡이서로 김중혁의 컬렉션은 꽤 쓸 만해 보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