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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9달러짜리 보급형 ‘아이폰 5C’ 공개한 날
저장공간 두배 늘렸지만
가격은 6년만에 반값 인하

표독스러울정도로 완벽 추구
잡스의 신념도 이젠 퇴색




“아이팟, 전화기, 인터넷 모바일 커뮤니케이터…. 이는 각각 분리된 3개의 디바이스가 아니다. 우리는 이를 아이폰이라 부른다. 오늘날 애플은 폰을 재발명(reinvent)하게 될 것이다.” 2007년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잡스는 모토로라, 블랙베리, 노키아 등 당시 내로라하는 휴대전화들을 열거하며 이들과 차원이 다른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마치 마술처럼 작동’, ‘혁명적인 유저인터페이스’ 등은 발표 현장에서 잡스가 직접 언급했던 문구들이다.

지난해 아이폰 5를 발표했던 팀 쿡 현재 애플 CEO 역시 “우리가 지금까지 만든 아이폰 중 가장 얇고, 가장 빠르고, 최상의 아이폰”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최초의 아이폰부터 아이폰 5까지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을 내놓을 때마다 최고급이고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모두가 예상했던 저가형 아이폰이 눈앞에 공개된 순간 지금까지 애플이 지켜왔던 프리미엄 전략은 종지부를 찍었다. 아이폰 5C의 가격은 통신사 2년 약정 기준 16GB 모델이 99달러이다. 6년 전 처음 출시됐던 아이폰의 경우 8GB 모델이 2년 약정에 299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아이폰 5C는 저장 공간이 2배로 늘어났음에도 가격은 200달러 내려간 셈이다.

약정 없이 자유롭게 유심칩을 이동할 수 있는 심프리 모델도 아이폰 5C는 16GB 제품이 549달러이지만 최초 아이폰은 8GB가 599달러였다. 6년간의 시간을 감안하면 이번에 나온 아이폰 5C는 사실상 ‘반값 아이폰’이 됐다. 

물론 애플은 아이폰 5C에 대해서도 “놀랄 만한 기술을 탑재하고, 보다 쉽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아이폰 5C는 세상에 나올 때부터 ‘저가형’이란 이미지를 달게 됐다. 이를 감안한 듯 애플은“ 단순히 여러 기능들을 쌓아 올리지만은 않았다”고 밝혔지만, 앞으로 아이폰 5C는 중국, 인도 등 신흥 스마트폰 시장에서 현지 업체들과 생존을 놓고 다퉈야 한다. 아이폰 모조품이란 오명을 들었던 샤오미는 중국에서 애플을 넘어섰고, 마이크로맥스는 인도에서 애플을 꺾고 이제는 삼성전자까지 넘볼 기세다.

이처럼 애플이 저가형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표독스러울 정도로 완벽한 아이폰을 추구했던 잡스의 신념도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유의 ‘쿨함’으로 많은 팬보이를 형성했던 애플 문화가 사그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BBC도 ‘우리가 알던 애플의 종말?’이란 기사에서 “애플이 재미없는(mundane) 기업으로의 길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아이폰 5C가 애플의 시장점유율 만회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이날 애플 주가는 오히려 전날보다 2.28% 떨어졌다. 

우리가 알던 애플이 종말할지, 새로운 애플이 탄생할지는 미지수지만 특별한 애플에서 보통의 애플이 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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