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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식 외교 방정식’=감성터치, 미래동행
[하노이=한석희 기자]지난 9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인터내셔널 컨벤션 센터. 노사연의 ‘만남’이 흘러 나오자 박근혜 대통령이 갑자기 무대에 올랐다. 이에 쯔엉 떤 상 국가주석도 박 대통령의 뒤를 따라 무대에 올라 노래가 끝날 때까지 박수를 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양국 정상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보기드문 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상 국가주석의 주최로 열린 이날 국빈만찬에서 보여준 박 대통령의 행동엔 ‘감성적 터치를 통한 미래로의 동행’이라는 키워드가 녹아 있다. ‘미국(5월 말)→중국(7월 초)→러시아→베트남’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해외순방을 관통하는 외교방정식이기도 하다.

▶감성을 건드리는 외교=베트남 국빈 방문에서 박 대통령이 가장 신경쓴 부분은 베트남 국민들의 ‘감성 터치’다. 지난 9일 국빈만찬자에서 보여준 박 대통령의 이례적인 행동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과 상 국가주석이 한 무대에서 출연진들과 함께 박수를 치는 모습은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고 한다. 국빈만찬에서 참석자들이 연신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꺼내들고 ‘감동의 화합’ 무대를 사진에 남기느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해외순방 시 상대 국가의 감성을 건드리는 방법이 맞춤형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 5월 말 미국 순방 당시 ‘최초의 흑인대통령’이라는 컨셉트에 맞춘 ‘최초의 여성대통령’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했다면, 뒤이은 중국 순방에선 언어와 중국 문학작품에의 식견을 통한 ‘문화대통령’ 이미지로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박 대통령이 이번 베트남 순방에서 베트남전 파병, 라이따이한, 한국 대외원조(ODA) 최대 지원대상국 등의 공통분모를 파고들며 베트남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데 주력한 것도 이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베트남전이라는 한국과 베트남의 아픈 과거사의 상징적인 인물인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 전 국가주석의 묘소 앞에서 ‘엄숙한 헌화와 참배’로 과거와의 화해를 시도한 것이나, 이날 묘소 참배 당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쥐 미술관 방문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례적으로 치마를 입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미래에의 동행=이와함께 박 대통령의 외교방정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는 ‘미래’다. 박 대통령은 미국, 중국 등 해외 순방지에서 어김없이 “새로운 20년”이라는 단어를 빼놓지 않고 사용했다. 지난 8일 한ㆍ베 경제협력 만찬자리에서도 박 대통령은 “이제 지난 20여년간의 경제협력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20년을 활짝 열어가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호찌민 전 주석의 ‘지벗비엔 응번비엔’(以不變 應萬變ㆍ변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변화하는 것에 대응한다) 좌우명을 빗대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우정과 신뢰가 변치 않는다면 어떤 변화와 도전도 능히 함께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는 주역이 되어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한 것도 이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특히 양국 정상이 9일 채택한 ‘공동번영을 위한 정상 공동성명’엔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미래에의 동행’을 위한 방향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는 분석이다. 한-베트남 FTA의 타결시점을 2014년으로 앞당긴 것이나, 오는 2020년까지 교역규모를 700억달러로 늘리는 등 상호호혜적인 경제협력 방안 이외에도 양국 정부ㆍ정당ㆍ의회의 고위급 교류 활성화,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공동의 이해 등 과거 2~3페이지에 불과했던 공동성명에 뼈대를 갖춘 것도 모두 미래에의 교두보 확보라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와관련 “앞으로 20년을 추가로 내다보면서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하자는 차원에서 어제 공동번영을 위한 정성공동선언에 분야별로 나눠서 합의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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