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8월 한 달 동안 코스닥시장에서 23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이후 넉 달 만에 순매수세로 돌아섰지만 유가증권시장에서의 매수 행진에 비하면 아직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다.
월별로 보면 연기금은 지난 5월 코스닥시장에서 1038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6월과 7월에도 각각 365억원과 108억을 팔아치웠다.
하지만 코스닥시장과 대조적으로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대규모 매수세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5월에 9628억원을 사들였고 6월에 조금 주춤했지만, 하반기 들어 매월 1조원 이상 사들이며 2일 현재까지 2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하반기 전체 순매수금액인 8744억원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이 같은 연기금의 ‘코스닥 외면’은 주가지수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하반기 들어 코스피지수는 2일 기준으로 3.7% 상승했지만 코스닥지수는 4.4%가 떨어졌다.
개별 종목별로는 7월 이후 서울반도체(153억원)를 가장 많이 팔았고, 이어 서원인텍(139억원)과 인터파크(109억원)가 뒤를 이었다. 반면 SK브로드밴드와 유진테크는 각각 209억원, 150억원을 사들였다.
연기금은 그동안 증시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다. 저가 매수해서 장기 보유한다는 연기금의 기본 전략과 맞아떨어졌고, 여기에 금융 당국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연기금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는 점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버냉키 쇼크’ 이후 연기금의 코스닥 외면은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중소형주에서 대형주 중심으로 다시 재편되는 국면이기 때문에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말부터 소재산업처럼 경기 민감주 비중이 높은 한국의 대형주들이 부진하면서 코스닥의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가 많이 몰렸던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올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의 지표 개선과 선진 시장 회복세로 대형주에 대한 성장 모멘텀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임 연구원은 “통상 경기 민감 대형주에서 충분히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면 개별 중소형 종목들이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전체적으로 대형주에 대한 매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올해 말까지 연기금의 코스닥시장 외면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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