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위기속 전기차·리튬이온 2차전지 · 스마트그리드 미래 유망산업 급부상…주식시장 ‘환경 · 성장’ 중심 포트폴리오 주목
윌러스 스미스 브뢰커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가 40여년 전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처음 언급한 이후 지구 온난화와 그로 인한 재난은 마치 일상처럼 자리 잡았다. 산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비난받기도 하는 산업계는 친환경과 지속 성장이라는, 지난 세기에는 양립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지구적인 환경 변화와 관련한 산업과 해당 기업들은 주식시장에서도 꾸준한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 현실이 된 재앙=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2007년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2100년엔 지구 표면 온도가 1990년에 비해 최대 4도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앙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유엔국제재해경감전략기구(UNISDR)는 1992~2012년 동안 자연재해로 전 세계에서 44억명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전 세계 인구의 64%가 자연재해와 무관치 않은 것이다.
온난화가 산업화의 산물이란 점에서 각국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에 대한 규제에 나서는 한편, 정책의 초점을 친환경 산업으로 옮기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25일 기후변화 액션플랜(실천계획)을 발표, 에너지 효율 증진과 발전설비의 탄소 배출 제한 규제, 청정에너지 사용 장려 등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가 실현시킨 가능성=환경 관련 산업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만큼,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선 일종의 ‘테마주’로 불릴 뿐이었다.
그러나 올해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내놓은 모델S가 시장의 큰 인기를 얻으면서 단숨에 친환경 산업은 ‘지속 가능’한 ‘신성장 산업’으로 탈바꿈했다. 테슬라 주가는 연초 대비 260%나 급등했다.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춘 대신, 주행거리는 40% 정도 늘렸다. 또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를 2015년까지 237개로 늘리는 등 관련 인프라 확충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전기차 상용화까진 미치지 못했다. 충전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인 리튬이온 2차전지(LiB)를 생산하는 기업 등 부품주를 중심으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는 전기차 수혜주로 꼽히며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국내 LiB 제조기술은 최고 기술국인 일본 대비 94% 수준”이라며 “2020년이면 전체적인 기술력은 최고 기술국 대비 86%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테슬라뿐 아니라 닛산, BMW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다양한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LiB 시장 환경은 더욱 밝아지고 있다. 포스코컴텍, 솔브레인을 전기차 관련 최선호주로 꼽은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배터리 가격 인하와 충전 인프라는 장기적으로 서서히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주가 측면에선 단기간 급등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에너지 절약과 CO₂ 감축은 거대 산업=지난여름 우리나라의 최대 이슈는 전기 아끼기였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5.1toe(ton of oil equivalent)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4toe)보다 높다. 특히 전체 전력 소비량 중 제조업 비중이 51%에 달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전기를 얼마나 어떻게 쓰느냐에 산업의 운명이 걸린 셈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스마트그리드다.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전기 효율을 최적화하는 개념이다. 스마트그리드 산업 시장 규모는 2011년 289억달러에서 연평균 28%씩 성장해 내년엔 1252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스마트그리드는 크게 ‘지능형 전력망’ ‘지능형 소비자’ ‘지능형 운송’ ‘지능형 신재생’ ‘지능형 전력서비스’로 나뉜다. 일본은 전 부문에서 압도적인 특허 출원건수를 보유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은 지능형 소비자와 지능형 신재생 부문에서 비교적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산화탄소(CO₂)가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이란 점에서 이산화탄소 절감 노력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포집ㆍ응집ㆍ저장하는 CCS가 대표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S 시장 규모를 2012년 126억달러에서 2020년 22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2019년까지 정부 투자 1조2000억원을 포함해 총 2조30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해당 산업 기술의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먼 만큼, 뚜렷한 개별종목을 찾기보다는 글로벌 기업의 추세를 놓치지 않고 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