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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DSR이다⑤>업사이클ㆍ리디자인…보기에도 좋고 메시지 담은 패션이 최강자
H&M이 세계 최정상의 디자이너들과 진행한 콜라보레이션은 패션기업들에게 ‘디자인’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SPA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내외 패션 기업들이 친환경 가치를 디자인에 담는 일을 기업문화ㆍ이미지를 높이는 근본으로 삼기 시작했다.

제일모직의 SPA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올해 초 ‘업사이클 & 리디자인(Upcycle & Redesign)’ 프로젝트를 펼친 바 있다. ‘에코’를 주제로 했지만, 디자인적 업그레이드 그리고 패션계 상생까지 모색했다. 8명의 신진 디자이너와 협업했다. 목적대로 상품의 수명이 짧아서 쉽게 버려지는 옷들이 새롭게 디자인돼 돌아왔다. 독창적이고 개성 넘치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옷은 에잇세컨즈의 디자인 파워를 상승시켰다.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신진 디자이너는 더 많은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단순한 재사용을 넘어서 재미와 예술성까지 고려한 ‘리디자인’ 운동은 에잇세컨즈에 앞서 코오롱FnC에서도 시도됐다. 코오롱FnC의 브랜드 ‘래코드(RE; CODE)’는 처음 재활용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3년 이상 팔리지 못해 소각될 처지에 놓인 옷들을 분해, 독립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옷으로 탈바꿈 시킨 것. 남성 상의가 여성용 베스트가 되고, 점퍼는 가방이 됐다. 


글로벌 기업 ‘리바이스’는 친환경 기술을 디자인에 입혔다. 청바지 제작과정을 제품명에 반영한 ‘워터리스 진(Waterless Jean)’을 출시하기도 했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들 때 보통 60ℓ의 물이 사용되는데, 이 회사가 개발한 ‘워터리스 공법’은 물을 최대 96%까지 아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패션업체들이 집중하는 건, 기술과 소재, 친환경의 컵셉트보다는 ‘디자인’ 그 자체다. 자연과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보기에도 좋은’ 옷을 만드는 일이었다. 중요한 건 ‘팔리는 옷’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영국 록밴드 ‘U2’의 보컬 보노가 만든 의류브랜드 ‘이든’과 스텔라 매카트니가 컬렉션마다 선보이는 옷들은 ‘에코 패션’을 넘어서 디자인적으로 가장 확실하게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우리 곁의 사례도 많다. 1990년대 한국적인 미를 잘 살린 잡화 브랜드로 인기를 끌었던 ‘쌈지’는 2000년대 경영위기를 겪은 후 최근 ‘슬로우 바이 쌈지’로 재탄생했다. 환경 친화적인 제품들을 생산ㆍ판매하며 ‘착한 소비’를 이끄는 사회적 기업으로 변모했다. 이 회사는 기존 ‘쌈지’가 갖고 있는 디자인력을 십분 활용했다. 환경보호ㆍ소비문화 등 거창한 개념을 들이대지 않아도 누구나 ‘사고 싶은’ 제품들을 선보인다. 버려진 신문지를 활용한 가방, 염색과 금속을 최소화한 ‘베지터블 레더(Vegetable leatherㆍ식물성 염료로 가공한 가죽)제품 등은 공정 과정을 모르는 소비자들도 충분히 선택할 만큼 매력적이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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