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사태 안전자산 선호
7·8월 금값 꾸준한 상승세
10억이상 금펀드 수익률 7%대
“金값 추가상승 없다” 신중론도
올 상반기 가격이 급락하며 ‘이제 끝’이란 말까지 나돌던 금이 최근 말 그대로 ‘금의환향’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실물수요가 탄탄한 데다 최근 시리아 사태로 안전자산 선호현상까지 겹치면서 조심스레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가격은 온스당 1412.9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급락을 신호탄으로 6월 28일 온스당 1180달러로 최저점을 찍은 금값은 7, 8월 들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금값이 오르면서 국내 금펀드도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금펀드 10개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7.10%에 달했다.
금값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중국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앞서 최대 금 소비국인 인도가 금 수입 관세를 10% 올리고 수입량도 850t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금값 하락이 우려됐지만 중국이 올 상반기 장신구로 337.3t, 골드바로 122.9t을 소비하며 금값을 지탱했다. 이는 각각 전년에 비해 54%와 154% 늘어난 것이다. 또 8월 말 시리아 사태가 불거지면서 안전자산으로 금의 매력이 부각된 것도 한 요인이다.
황병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실물 수요는 중국을 중심으로 탄탄히 유지되고 있는 데 비해 공급 측면에선 금값 하락으로 금 공급의 36%를 담당하는 금 스크랩 공급이 감소했다”며 “수급에서 초과 수요를 연출하고 있어 금값을 지지하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금을 비롯한 원자재시장은 실물경기라는 펀더멘털에 의해 장기적으로 좌우된다”며 “중국과 유럽의 제조업지수가 기대이상으로 나오는 등 글로벌 실물경기가 전체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하반기 원자재시장을 기대하게 한다”고 설명했다.반면 금값 상승을 추세적으로 기대할 순 없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금값이 1400달러를 넘어서면 중국의 실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금 수요 증가는 가격 메리트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라며 “1400달러를 넘어가면 싼 가격에 의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9월 미국 FOMC와 독일 총선 등 글로벌 매크로 환경의 불확실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의 앞날에 대해 시선이 엇갈리고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의 금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손 연구원은 “단기 트레이드 관점에서 현재 금 투자에 나서는 건 좋지 않다”고 단언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금ETF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글로벌 금ETF는 올해만 600t 이상의 금을 매도하며 금값 하락을 주도했지만 최근 최대 금ETF인 SPDR가 8개월 만에 금 보유량을 늘리는 등 소폭 매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황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금ETF가 금 보유량을 늘린다면 그 시점을 바닥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