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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질주하는 한국영화와 대중정서
한국영화가 무서운 흥행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한 달 동안 한국영화를 본 관람객수가 이달에 사상 처음으로 2000만명을 넘었고, 다음달에는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관객은 지난해 처음 1억명을 돌파해 1억1461만명에 달했고, 올해는 1억5000만명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한달 평균 1800만명이 한국영화를 보고 있는 셈이니 이제 한국영화를 보지 않으면 대화에도 끼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야말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이며, 영화가 대중들의 일상적인 삶의 한 영역이 됐다.

한국영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탄탄한 스토리에 한류 바람을 몰고온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 감독들의 탁월한 연출 능력 등이 결합한 결과다. 한국 배우가 인기를 끌고 감독들의 연출능력이 검증되면서 해외 영화계와의 합작을 통한 대형 글로벌 프로젝트도 이뤄지고 있다. 독립영화를 비롯한 다양성 영화에서 검증된 신예 감독들도 흥행대열에 가세해 영화의 저변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향상되자 국내외 자본까지 가세해 상호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흥행의 요소는 한국영화가 팍팍한 현실을 때로는 진지하고 리얼하게, 때로는 경쾌한 드라마로 그려냄으로써 관객들과 정서적 공감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대중들의 힘겨움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거나 현실에서 표출하지 못하는 분노를 대리 폭발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대중들의 정서를 읽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올 여름 스크린을 달군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는 한국영화에 투영된 대중정서를 잘 보여준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극단적인 양극화 사회의 암울한 미래와 이것을 전복시키고자 하는 대중들의 정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이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20대80을 넘어 1대99로 재편돼가는 오늘날의 한국의 현실이 영화의 설정과 겹치면서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본분을 지킬 것만을 주장하는 권력층에 대한 분노도 포함돼 있다.

김병우 감독에 배우 하정우의 능란한 연기가 압권인 더 테러 라이브는 사회에서 소외받은 억울한 건설노동자의 테러 행위를 그린 작품이다. 여기서 청와대와 경찰 등 권력층은 사회문제의 근본 해결보다는 테러 진압에만 몰두해 관객들의 공분을 사는 반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마지막 탈출구로 무고한 시민을 볼모로 삼은 테러리스트에게 묘하게 끌리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이러한 현실과의 교감이 한국영화를 살찌우고 있는 것이다. 한국영화가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스크린 독과점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대중정서를 솔직하고 다양하게 표현하는 콘텐츠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제작자 및 감독을 포함한 영화인 모두가 우리 사회의 내면을 보다 진지하게 통찰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이것은 기우이길 바라지만, 영화에 표현된 대중정서를 우리사회에 대한 성찰로 받아들여여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적ㆍ정치적 잣대를 들이대고 규제를 가하려 할 경우 오히려 문화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그러면 한국영화도 설 땅을 잃는다. 때문에 영화를 비롯한 문화융성을 위해서는 자유로운 창작 분위기가 꼭 필요한 것이다.

이해준 문화부장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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