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8.28 전월세 대책의 핵심은 극심해진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수요를 매매로 돌리고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월세 세입자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전월세 대책이 주택공급 확대 정책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금융ㆍ공급·세제 등을 고루 담는 게 특징이다.
특히 국민주택기금에서 1%대의 낮은 금리로 대출을 지원하는 대신 정부와 주택 구매자가 수익이나 손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개념의 모기지 대출 상품이 도입돼 관심을 끈다.
▶전세, 매매 수요 전환에 집중= 정부는 이번에 16조원에 이르는 국민주택기금 여유자금을 활용해 주택 구입 여력이 있는 사람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할 만한 각종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정부가 새로 내놓은 ‘수익공유형’, ‘손익공유형’ 등 장기 모기지 대출 상품이 눈길을 끈다. 연 1~2%의 낮은 금리로 주택매입자금의 40~70%를 빌려줘 집을 사도록 유도하고 집값 상승, 하락에 따른 수익과 손실을 국민주택기금이 함께 공유한다는 전례없는 방식이다.
사업비는 가구당 1억원씩, 총 3000억~400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며, 올해는 기금예산 범위내에서 충당할 방침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새로 선보이는 모기지 대출 상품은 전세 거주보다 조건이 우월하기 때문에 주거안전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존 근로자·서민 구입자금대출도 이번에 생애최초 대출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조건을 완화해 이미 집이 있거나 산 경험이 있는 사람의 주택 구입을 유도하기로 했다. 취득세도 영구인하하기로 했다. 논란이 되는 세수보전방안은 내년도 예산안과 연계해 9월중 발표할 계획이다.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도 500만원까지 확대해 전세금 부담으로 월세로 교체하는 세입자의 부담을 덜었다. 기존 전세금 보전을 위해 주택임대차보증금 우선변제권, 보증금 가액기준 등을 상향해주는 정도다.
국토교통부는 공사의 전세자금대출 보증의 99% 이상이 3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제공되고 있어 고가전세 대출 제한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태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집 매입 부담이 완화돼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득세 인하 등 법안 조속 처리 관건=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도 대외경제가 악화되거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지 않으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집을 안사면 전세난은 지속되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 대치국면속에 취득세 영구인하, 소액임차보증금 우선변제권 개선, 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 관련법이 제때 저리되지 않으면 대책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취득세의 경우 다주택자에도 인하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야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야당이 요구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 제외된 것도 국회에서의 치열한 공방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일시적으로 전셋값이 폭등하고 중장기적으로 전세물량이 줄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이번 대책엔 주택 매입 여력이 있는 20∼40대 직장인과 다주택자가 주택 매입에 나설 수 있는 많은 유인책이 포함돼 있다”며 “국회에서 관련법만 빨리 처리된다면 시장 회복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