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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伊 미중년 패션CEO가 들려주는 남자의 ‘이(伊) 패션’
요즘 남성 잡지에는 이탈리아 현지 사진이 넘쳐난다. 밀라노, 피렌체 등 이탈리아 남자들의 ‘거리 패션’을 소개한다. 적당히 달라붙는 슈트, 복숭아뼈가 살짝 보일듯 접어올린 바지. 팔찌와 체인 등 액세서리는 기본이다. 여기에, 가끔 파격적인 색감이 더해진다. 런웨이 위가 아닌 일상에서도 그들의 패션 감각은 ‘살아있다’. 문득, “이탈리아엔 정말 이렇게 멋진 남자들만 가득해?”라는 의문이 생긴다. 날렵한 옷 맵시를 보여주는 소위 ‘미중년’들을 보면 이런 의심은 더욱 짙어진다. 사실 이 사진에는 단골이 있다. 주로 잡지 에디터, 모델, 디자이너, 패션업체 CEO 등이다. 이중 ‘꽃중년 스타일’ 콤비로 주목받는 두 ‘거리 패션’ 스타가 한국을 찾았다.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일레븐티(eleventy)’의 공동 창립자이자 디자이너인 마르코 발다사리(44)와 파올로 준티니(47)씨다. 40년지기 친구라서일까. 쌍둥이처럼 맞춰입은 두 사람을 최근 서울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잡지 밖 ‘진짜’ 이탈리아 패션을 알리러 왔다고 한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伊 남자들은 화려하다?…“패션잡지에 속지 마세요”

적어도 한 사람은 빨강 바지를 입고 나올거라 생각했다. 화사한 색감의 슈트에 화려한 장신구, 그리고 분명히 발목이 드러나는 테이퍼드 팬츠를 입겠지. 예상이 빗나갔다. 발다사리와 준티니,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인 이 두 중년 남성은 ‘무채색’이다. 회색 재킷에 하늘색 셔츠, 감색 넥타이. 바지 역시 채도가 낮아 차분하다. 그나마 바지 주머니의 체인장식과 팔찌가 ‘기대’속 이탈리아 남성의 분위기를 풍겼다.

“몇장의 사진에 속지 마세요. 알록달록한 바지가 한국에서 이탈리아 패션으로 인식되다니 놀랍네요. 그건 그냥 취향의 문제죠. 그것보다 이탈리아 스타일은 ‘핏트’감(몸에 붙는 정도)에 있다고 봐요”(발다사리)

발다사리씨와 함께 2007년부터 패션 브랜드를 함께 경영하고 있는 준티니씨는 액세서리를 강조했다. 왼쪽 가슴 주머니에 꽂는 손수건, 그리고 팔찌와 반지 등이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신사는 ‘포켓치프’를 절대 잊지 않죠. 개인적으로 전 재킷 뿐만 아니라, 점퍼 스타일, 후드셔츠를 입어도 가능하면 손수건을 왼쪽 가슴에 꽂아요. 또, 요란하지 않을 정도로 반드시 팔찌와 반지 등 장신구를 착용해요. 포인트는 되지만, 절대 옷보다 튀게 하진 않습니다”(준티니)

두 사람은 새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한 시즌 앞서, 직접 디자인한 옷을 입고 업무에 임한다. 출장을 가거나, 인터뷰를 하거나 바이어를 만난다던지 할때 입는 옷들은 모두 ‘일레븐티’의 신상품 후보다. 옷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수렴하고, 출시 전 수정 보완 작업을 거치기 유용하다고. 이날 발다사리씨는 베이지색 단화를 신었는데, 스웨이드와 캔버스 소재가 섞여 격식이 있으면서도 경쾌한 분위기를 풍겼다.

“아, 이것도 출시 고민중인데…. 어때요? 괜찮나요?”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옷 로고가 없는건 자신감의 표현…한국 남성들, 패션에 배고픈 듯 보여”

두 사람이 창립한 ‘일레븐티’는 검정, 회색, 베이지 등 차분한 색상과 날씬해 보이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브랜드를 표시하는 특정한 로고나 영문도 한군데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옷을 입었을때의 모양새와 품질로만 승부한다. 처음 이 브랜드가 주목을 받은 것도 ‘로고 없는 폴로셔츠’ 덕택이다.

“옷에 붙은 브랜드명이나 로고는 방해물이예요. 옷의 진짜 모습이 가려지죠. 요즘엔 허세가 아닌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그래도 여전히 어떤이들은 ‘이름’에 집착해요. 디자이너들이 소위 ‘로고 플레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죠. 하지만 우린 천천히 더디게 가도, 소비자의 눈을 멀게 하는 ‘로고’는 과감히 버리기로 했어요”(준티니)

5년전에 론칭한 일본에서 ‘일레븐티’는 비교적 쉽게 자리를 잡았다. 신주쿠 이세탄, 미쓰코시 백화점 등에 입점해 있다. 이날 인터뷰 장소에는 이 브랜드의 일본측 에이전트도 자리해, 한국론칭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일본에서의 대해 발다사리씨는 한국보다 일본 남성들이 ‘확고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파리지엔, 뉴요커처럼 이탈리아와 일본 남성들에겐 특유의 ‘스타일’이 있어요. 약간 비슷하죠. 그건 1970~80년대에 일본에서 이탈리아 스타일 열풍이 불었고, 그것을 받아들여 새로운 ‘일본풍’이 나왔기 때문이예요. 하지만 아직 한국엔 ‘한국 남자’ 스타일이 자리잡지 못했죠” (발다사리)

하지만, 이들은 한국 남성 패션시장의 급성장세를 주목한다. 일본보다 훨씬 멋진 ‘한국 남자’ 스타일이 좀나간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국은 두 번째 방문인데, 이번엔 이태원 인사동 강남 일대를 둘러봤죠. 백화점, 편집숍도 둘러보고 식당, 바에 모인 사람들을 꼼꼼히 관찰했죠. 첫인상은 한국 남자들이 참 섬세한 감성을 가졌다는거였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어요” (준티니)

특히, 발다사리는 최근 국내 남성들 사이에서 이탈리아 스타일 인기가 치솟는 것에 주목했다.

“바야흐로, 남성 스타일링에 풍년이 열리는 거네요. 요즘 한국 남성들은 패션에 대해 매우 적극적이고, 수용적이예요. 마치 그동안 굶주렸던 사람들 처럼 말이예요. 이제 곧 이탈리아 스타일도 알록달록한 바지 뿐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지 체험하게 될겁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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