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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난타이산과 일본 사람들
8월 초 취재와 휴가를 겸해서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집필을 염두에 두고 몇 해 전부터 일본의 유명온천과 그 주변의 자연을 주의 깊게 탐방하고 있다. 단순하게 시작한 여행은 날이 가고 달이 찰수록 일본사회에 대한 비판과 이해가 혼재된다.

여행지는 도치기 현의 닛코와 1250m 고지에 형성된 화산호수 주젠지코를 둘러본 후 남자의 산이라 칭하는 난타이산(2486m)을 등반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위치는 도쿄에서 북쪽으로 약 120km 떨어져 있으며 후쿠시마 현과 인접한 곳이다. 원전사태가 발생한 지역과는 100km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오염수 누출에 따른 우려가 출발 전부터 우리나라에 팽배해 있었다. 내심 걱정이 돼서 도치기 현청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방사능의 오염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왕복 8시간에 걸쳐 등반한 산은 실로 험악했다. 후지산과 같은 단식화산 형태의 원뿔모형의 산세였다. 완만한 침엽수림대를 지나면 화산지형의 적색 돌들이 무수히 발에 치이는 가파른 급경사가 정상까지 이어졌다.

일본산을 등반하면서 사라진 우리의 미풍양속을 발견하게 된다. 하산하는 등산객들은 뒤이어 정상을 향해 힘겹게 올라오는 등산객에게 잠시 길을 양보해준다. 이어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며 힘내라는 격려의 말을 잊지 않는다.

내게 말을 걸어오는 중년신사도 있었다. 아들아이를 필리핀으로 유학을 보냈더니 어느 날 대구출신의 처녀를 소개하더란다. 그 날 이후 한국 며느리를 맞이하게 됐단다.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요즘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면서 며느리와 소통하고 있다는 말을 건넨다. 어눌한 한국말로.

한여름의 평균기온이 18도를 유지하는 주젠지코를 떠나 폭염으로 이글거리는 도쿄로 돌아오자 숨이 막혀왔다. 다음 행선지를 가기 위해 지하철로 향했다. 또 다시 우리와 다른 풍경을 목격하게 된다. 휴대폰의 애플리케이션을 보는 사람들의 수와 문고판의 책을 읽거나 신문을 탐독하는 승객수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이유는 대다수의 샐러리맨들이 가방을 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읽을거리를 항상 소지하게 되는 거다. 우리의 지하철 모습은 어떤가. 혹여 인문학적 소양이 이들에게 뒤쳐지는 것은 아닌지?

신사참배 반대시위와 위안부 피해자의 강연회 개최와 법적 대응 그리고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 반대모임 등을 이끄는 일본의 자원봉사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보게 된다. 사회를 정화시키려는 노력은 물론 인류애를 기반으로 한 세계관과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일본사회의 다양성을 확인케 된다.

역대 최저수준인 52.61%에 불과한 선거 투표율이 바로 아베내각의 성적표이다. 우경화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짐작된다. 더군다나 여행을 다녀온 후 오염수 누출이 사실로 밝혀졌고 이 사실을 모르는 일본국민들은 횟집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초밥을 먹었다. 나를 포함해서.

일본의 정치권과 국민들을 분리해서 보는 우리의 폭넓은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식 있는 일본인에게 이제 우리의 마음을 전해줘야 할 때이다.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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