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받는 시리아에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며 강력한 응징 방침을 밝혔다. 서방의 시리아 군사개입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러시아가 공격에 반대한다는 입장를 못박으면서 미ㆍ러간 알력이 예상된다.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만큼 군사개입이 유엔 안보리 승인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유엔 동의 없는 제한적 공습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특히 “화학무기 사용은 용서할 수 없는 도덕적 유린이자 기본 인권을 짓밟은 것”이라고 규정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후속대응과 관련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언급은 시리아 공격 여부에 대한 공식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아사드 정권에 대한 비난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군사개입의 명분을 쌓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과 함께 조만간 시리아 군시설을 제한적으로 공습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군사개입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그것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말로만 금지선을 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브로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이 없는 무력 사용은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국제사회의 동의가 없는 외부 개입의 구체적 결과는 그들이 독재로부터 구하고 민주주의를 이식하려는 나라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