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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방 장르 힙합, ‘디스전’으로 대중음악 중심 떠오르나
“연예인 되고 싶어 거울만 보는 찌질이(스윙스 ‘킹 스윙스(King Swings)’)” “비계 낀 니 정신 도려내 주께 마취 없이(이센스 ‘유 캔트 컨트럴 유(You Can’t Control You)’” “넌 열심히 하는 랩퍼애들한테 대마초를 줬네(개코 ‘아이 캔 컨트럴 유(I Can Control You)’)”

한국 대중음악계의 변방에 머물러 있던 장르 힙합이 사상 초유의 ‘디스전’으로 단숨에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디스’는 상대방을 깎아 내리거나 폄하하는 ‘디스리스펙트(Disrespect)’ 줄임말로, ‘디스전’이란 상호비방전이며 힙합만의 독특한 문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어 지난 90년대 중반 미국의 래퍼 투팍(2pac)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 사이의 ‘디스전’이 총격 사망사건으로 번지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종종 ‘디스전’이 있었지만, 주요 래퍼 대부분이 참전한 경우는 없었다.

‘디스전’은 지난 21일 래퍼 스윙스가 힙합크루 벅와일즈ㆍ두메인을 비방하는 ‘킹 스윙스(King Swings)’라는 곡을 유튜브에 공개하며 촉발됐다. 이후 야수ㆍ테이크원ㆍ어글리덕ㆍ딥플로우ㆍ엑스 일렉트 등 디스의 대상으로 거론된 래퍼부터 신예 래퍼들까지 가세하면서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들만의 전쟁이었던 ‘디스전’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지난 23일 이센스가 ‘유 캔트 컨트럴 유’란 곡을 발표하며 전 소속사인 아메바컬처와 다이나믹듀오의 개코를 비방하면서부터다. 이센스는 사이먼디와 함께 슈프림팀으로 활동하다 지난 2011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활동을 중단했다. 같은 날 스윙스가 ‘킹 스윙스 파트2(King Swings Part.2)’로 사이먼디를 ‘디스’하고, 24일 개코가 ‘아이 캔 컨트럴 유’로 이센스를 맞디스하며 판을 키웠다. 이어 25일 사이먼디가 ‘사이먼 도미닉-콘트롤(Simon Dominic-Control)’로 스윙스를 맞디스하며 가담했고, 이센스는 ‘트루 스토리’란 곡으로 다시 한 번 개코를 맞받아쳤다.

상황이 확산되고 대중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것과 관련, 이번 ‘디스전’이 한국 힙합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3일 박재범은 트위터에 “켄드릭 라마(유명 래퍼들을 무차별 디스했던 미국의 래퍼) 덕분에 한국힙합까지 불타올랐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래퍼 일레븐(i11even)은 ‘컨트롤(Contro11)’이란 곡을 통해 “한국 힙합을 보며 멋있다고 생각해본 적 단 한 번도 없어. 근데 이젠 달라”라며 “이런 판에 껴들었다 실력 들통나기 십상. 스윙스에게 감사해. 누가 디스하든 말든”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디스전이 점차 노골적인 폭로전과 비방전으로 치닫자 우려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특히 이번 ‘디스전’을 통해 슈프림팀의 계약관계에서 발생한 갈등이 표면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향후 법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크다. 또한 디스전이 노이즈마케팅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디스곡이 발표될 때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해당 래퍼의 이름이 올랐기 때문이다. 순위에 오른 상당수의 래퍼가 ‘디스전’ 이전까지 대중에게 생소한 존재들이었다. 지난 주말 주요 실시간 음원차트에선 산이의 ‘미치게 만들어’와 다이나믹듀오가 피처링한 범키의 ‘갖고놀래’가 나란히 1ㆍ2위를 차지하는 등 힙합 음악이 대중의 큰 관심을 모았다. 25일 ‘싸우지마’라는 곡을 공개한 래퍼 타래는 “기회다 싶어 녹음하고 올리는 피라미들 멈춰라”라며 “이기적인 선배들이 판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디스전이 대중음악계에서 힙합이 영역을 키우는 계기로 작용할지, 해프닝으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지난 3월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데프콘은 디스전에 대해 “땅덩어리 넓은 미국에선 디스하고 마주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한국에선 여기저기서 다 만나게 된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당장 다음달 7일에 열리는 ‘원힙합페스티벌’에 이번 디스전의 진원지인 스윙스를 비롯해 버벌진트, 산이, 어글리덕 등 직간접적으로 디스전을 통해 언급된 래퍼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에 따라 디스전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도 확전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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