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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인사이트) 캐나다, 무상 의료의 벽
김광일 코트라 토론토무역관 차장
캐나다는 복지의 나라이다. 의료 서비스는 모든 국민에게 무상으로 제공되고, 고등학교까지는 무상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노령연금이나 실업급여 제도도 잘 정착되어 있고, 심지어 육아 수당까지 지급된다. 여러 가지 면에서 미국과 비교되는 캐나다인들은 미국에 대해 다소간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지만, 복지에 있어서는 분명히 우월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작년 11월 ACS(Association of Canadian Study)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94%의 응답자가 캐나다의 무상 공공의료 제도를 가장 자랑스러운 것으로 꼽았다. 이에 앞서, 2004년 CTV가 실시한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 조사에서는 캐나다 공공의료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토미 더글라스(Thomas Clement Douglas, 1904~1986)가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토미 더글라스는 진보 성향의 신민당(New Democratic Party, NDP)을 창설한 정치인으로, 신민당은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고, 보편적 복지와 환경보호를 지향하는 캐나다의 제1 야당이다. 캐나다의 보편적 무상의료는 북부의 서스캐처완州에서 1962년 최초로 도입되었는데, 더글라스가 주지사로 재직하던 때의 일이다. 야당의 반대는 물론이고, 의사들의 대대적인 파업 공세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대화와 설득을 통해 시작된 무상의료는 1972년 들어 연방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기로 하면서 캐나다 전역으로 확대됐다.

신민당이 캐나다의 복지에 미친 영향에도 불구하고 그간 신민당은 연방 하원 의석 중에 10~20석 남짓의 군소정당에 불과했다. 캐나다는 전통적으로 보수당과 자유당이 정권을 주고받으며 양당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말에 치러진 총선에서 신민당은 전체 308석 중 101석을 차지하며 164석을 차지한 보수당에 이어 제1 야당으로 급부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캐나다에도 끼친 영향도 있으려니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중산층이 붕괴하는 것을 목도하면서 캐나다인들이 성장만큼이나 분배와 복지에도 가치를 두고 있음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캐나다의 공공의료는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불편은 진료대기 시간이다. 전문의 검진을 받으려면 가정의(Family Doctor)를 통해 전문의를 추천 받아야 하는데, 예약 후 최소 몇 주를 기다려야 한다. 정형외과 치료나 암치료 등의 수술은 예약 후 6개월 이상 기다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이유로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의료관광을 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비용이나 고급 의료서비스가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빠른 진료와 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한편, 캐나다의 의료 인프라도 비교적 열악하다. 진료나 치료에 대해 병원이 별도 비용을 수취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 빠듯한 예산에 비싼 돈을 첨단 설비를 들여 놓을 유인이 약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캐나다의 의료설비 수준은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공공보험의 적용 범위도 우리나라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병원 진료 및 치료비는 거의 전액 무상이지만, 조제약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또, 치과나 안과 진료는 대부분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까닭에 직장에서 복지 차원에서 추가 보험을 가입해 주거나, 개인이 자비를 들여 별도 사보험을 가입하기도 한다. 캐나다 전체 의료비 중 사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캐나다의 공공의료 서비스는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인프라도 문제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재원 확보이다. 공공의료비가 이미 재정지출의 20%를 넘어섰고, 노령화 가속으로 재정소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금융위기를 겪으며 누적된 재정적자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에 얼마나 더 많은 재원이 투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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