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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40년 세월 흘렀지만…연우소극장 · 할매냉면 · 미일이발관 그때 그자리에
대학로의 어제와 오늘
서울대학교를 떠올리면 관악산 자락이 아닌 동숭동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세월이 변한 만큼 변하지 않을 수야 있겠냐며 자신을 위로하지만, 옛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로 변한 것은 섭섭하기도 할 터. 이런 사람들에게도 지금까지 남아 추억을 선물하는 곳이 있다.

대학로 마로니에 소극장 옆 낙산으로 올라가는 길가에 위치한 미일이발소. 이곳에는 ‘대학로 마지막 이발사’ 장옥석(68) 씨가 1972년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왔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은 옛 이발소 모습 그대로다. 지금은 고장 난 이발의자와 샤워기 대신 쓰는 파란 물뿌리개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 모든 것들은 41년 전부터 지금까지 사용한다는 가위와 함께 이곳에서 보낸 장 씨의 지난날을 보여주는 듯하다. 실제 이곳에서는 여러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손님들도 세월을 함께했다. 장 씨는 “서울대가 있던 70년대에는 서울대생들이 미팅 전에 멋을 내러 오곤 했다”며 “그랬던 학생이 지금은 자녀들을 데리고 온다”고 했다. 이어 “40여년을 같이 지내온 손님들이 가족 같고 친구 같다”며 “각종 경조사에 자주 초대받는데 꼭 가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인다. 손님으로 온 김민국(가명ㆍ60ㆍ자영업) 씨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각자 스타일대로 머리를 깎아줘서 좋다”고 하자 장 씨는 “당연하지. 다 몇 년을 본 사람들인데”라며 웃는다.

45년 동안 2대에 걸쳐 대학로의 변화를 지켜본 냉면집도 있다. 바로 웃지마 씨어터 옆에 위치한 할매냉면. 지금은 돌아가신 최분남 할머니가 옛 낙산 시민아파트 근처에서 1968년부터 운영하던 것을 현재 자리로 옮겨 아들인 윤웅수(63) 씨가 부인 최수자(57)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10평 남짓의 작은 가게지만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냉면 한 그릇도 5000원으로 1995년도 가격 그대로다. 최 씨는 “단골손님들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다”며 “미국에서 찾아온 오래된 손님에게 매운 냉면 양념을 싸 주기도 했다”고 수줍게 말했다.

할매냉면은 지금 세대에게도 인정받은 맛집이다. 최 씨는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등을 보고 찾아오는 젊은이들도 많다”고 했다.

대학로 주변 소극장들을 둘러보는 것도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엔 충분하다. 천주교 혜화동 성당 건너편에 위치한 연우소극장이 바로 그곳. 1977년 서울대 연극회의 졸업생과 3학년 이상 재학생 10여명이 모여 만든 ‘극단 연우무대’의 고향이다. 작고 낡은 간판 때문에 찾기 힘든 지하실이지만, 이곳에서 연극계에 한 획을 그은 ‘한씨연대기’나 ‘칠수와 만수’를 떠올리며 연극 한 편을 보는 것도 추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옛 극장들도 현대화의 바람을 타고 모두 리모델링을 하면서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해버린 이곳. 하지만 여전히 옛사람들의 정취와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장소가 곳곳에 있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신동윤 기자ㆍ김다빈 인턴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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