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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영원한 청춘들의 공연메카…‘꿈의 무대’ 찾아 영역 무한확장중
한여름 무더위에도 매표소앞 티켓구매 긴 행렬
공연찾은 관객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 무한대
“보는 연극은 가라” 관객 배역참여 공연장 늘어
주택인근까지 소극장 확장…대학로 지도 대변화



공연계 사람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관객들에게는 공연문화의 메카로 불리는 대학로. 150여개(공식 등록 숫자) 공연장에 매일같이 무대 위에 올려지는 수백 편의 작품과 거리 곳곳에서 펼쳐지는 즉흥무대. 여기에서 배우와 연출가, 거리의 악사, 가수들이 흘리는 진한 땀냄새는 감동의 생명력을 선물해준다. 이를 만끽하기 위한 행렬에 동참하며 기자는 대학로 곳곳을 누벼봤다.

▶“한여름 무더위 따위에 질쏘냐”…나이 불문, 지방에서도 올라와=지난 15일 대학로. 휴일 거리는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한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중순이지만 소극장 앞 매표소에는 공연 티켓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여전히 대학로에는 20~30대가 다수다. 하지만 요즘은 10대의 학생부터 50~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친구와 함께 연극을 보러 왔다는 김정숙(여ㆍ64ㆍ주부) 씨는 “아들이 사준 표를 가지고 연극을 보러 왔는데, 우리같이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옛 대학로의 모습을 떠올리며 낭만을 즐기러 카페도 가고 공연도 자주 본다”고 말했다. A 극장의 매표소에서 일하는 박나영(여ㆍ22) 씨는 “요즘은 고연령층의 관객들도 내용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이들 공연을 보러 오신다”고 했다.

대학로의 공연 문화를 즐기기 위해 먼 길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인과 함께 대학로에 왔다는 김실금(72ㆍ자영업) 씨는 “경북 상주에서 아들네를 만나러 서울에 왔는데, 5년 전에 한 번 연극을 본 이후로 서울에 올 때마다 항상 대학로에 가자며 조르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공연 하면 역시 대학로”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대학로엔 ‘영원한 청춘’이 있다. 거리엔 20~30대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지만, 요즘에는 10대 학생부터 50~60대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의 공연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대학로는 여전히 청춘이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보기만 하는 연극은 가라(?)”, 배역 참여는 기본에 관객 반응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기도=최근 대학로 공연 중에는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연들이 많다.

연극 ‘쉬어매드니스’를 공연 중인 대학로의 한 극장. 공연장 앞에서는 이 연극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리부터 사람들은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휴일을 맞아 친구와 함께 연극을 보러 왔다는 직장인 정주연(여ㆍ26) 씨는 “관객이 직접 연극 전개에 개입해서 결말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벌써 흥분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추리극인 이 연극의 특징은 1시간의 공연이 끝난 뒤 나머지 1시간 동안 관객과 배우가 서로 소통을 통해 범인을 찾아가는 ‘관객참여 연극’인 것. 관객은 언제든 궁금한 점을 배우에게 질문할 수 있었다. 또 그 과정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배우를 당황하게 한 관객과 배우 간의 설전(?)이 오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관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여동생과 함께 온 대학생 양진경(여ㆍ22) 씨는 “연극이 끝난 지금도 내가 마치 배우가 된 것처럼 흥분이 가라앉질 않는다”며 “배우와 나 사이의 벽이 없어 쉽게 다가갈 용기가 생긴다”고 했다. 이어 “다음에 어떤 다른 결말이 있을지 또 와서 보고 싶다”고 했다. 대학로의 다른 공연들도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본 포맷으로 하는 것들이 많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도 관객의 참여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또 ‘와이?파이!’나 ‘당신이 주인공’도 극 전개에 관객의 참여는 필수 요소다. 코믹 뮤지컬인 ‘프리즌’의 경우에는 ‘부킹석’을 따로 설치해 공연 중에 솔로 남녀를 짝지어 주기도 한다.


조금은 실험적인 시도도 있다. 지난 7월에 열린 ‘마로니에 여름축제’에서 무대에 오른 관객참여 RPG(Role Playing Game)형 연극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가 바로 그것. 이 연극에서 관객들은 객석이 아닌 공연장 여기저기를 누비면서 상황극 속에 개입되거나 갑작스럽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다. 이 공연을 연출한 김태형 감독은 “직접 참여하고 배우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움직인다는 점이 관객들에게는 정서적인 감동을 준 것 같다”고 했다.

공연장 밖에서도 관객과 무대 위를 나누는 벽이 허물어진 지 오래다. 매달 셋째 주 일요일 오후 4시 반 공연이 끝난 뒤면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반복 관람한 사람들을 위한 ‘플레이파티’라는 정기 모임이 열린다. 이 모임에서 참가자들은 직접 만든 극본으로 배우들과 연기를 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대학생 이은화(가명ㆍ여ㆍ29) 씨는 “이 순간만은 잠시라도 내가 직접 연극배우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더 싸고 더 넓은 공간을 찾아서, 넓어지고 있는 대학로=최근 대학로의 범위는 무한 확장 중이다. 바로 마로니에공원 근처에만 모여 있던 소극장들이 이제는 멀리 떨어진 성균관대 정문 부근과 혜화동로터리 건너편 깊숙한 주택가까지도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파트 진입로 주변 골목에서도 길게 줄 선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극장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던 것. 이런 곳에도 극장이 있나 싶을 정도로 주택에 둘러싸인 곳이었지만 어김없이 지하에 위치한 소극장의 입구임을 알려주는 팻말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이처럼 대학로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공연기획사인 악어컴퍼니의 손형민 제작본부장은 “기존 소극장들이 밀집한 마로니에공원 주변보다 싼 값에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소극장이 빠져나오고 있다”며 “우리 회사가 자리 잡은 성대 정문 부근이나 혜화동로터리 부근에도 예전과 다르게 기획사나 연극 극단의 사무실이 많다”고 했다. 

신동윤 기자ㆍ김다빈 인턴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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