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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률 항우연 항공우주시스템연구소장 “아리랑 5호, 1~2㎜ 작은 움직임도 관측 가능”
발사 성공 확인 뒤 간담회…국내 첫 영상 레이더 탑재돼 흐린 날ㆍ심야에도 촬영 가능

“러시아 내부 문제로 2년 가량 발사 지체 ‘우여곡절’…“정지궤도위성 개발 참여해 기여”



[헤럴드경제(러시아 야스니)=신상윤 기자]다목적실용위성(KOMPSAT) 5호(아리랑 5호) 개발을 총지휘한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우주시스템연구소장(다목적실용위성 5호 사업단장ㆍ사진)은 23일 “다목적실용위성 5호에 탑재된 영상레이더(SARㆍSynthetic Aperture Radar)는 지하철 공사 시 땅을 팔 때처럼 굉장히 미세한 수준인 1~2㎜ 정도의 작은 움직임도 다 잡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이날 다목적실용위성 5호가 대전 항우연 내 지상국과 첫 교신을 완료, 발사 성공이 최종 확인된 뒤 러시아 야스니 발사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영상레이더가 탑재된 다목적실용위성 5호가 지금까지 광학 위성이 하지 못 했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다목적실용위성 5호는 마이크로파를 지상에 쏘아 반사돼 돌아온 신호를 합성해 영상을 만든다. 때문에 구름이 꼈을 때나 밤에 관측이 어려운 기존 광학영상위성(다목적실용위성 2ㆍ3호)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홍수ㆍ가뭄, 산불, 지진ㆍ지반 침하, 해양 기름 유출 등 국가 재난 재해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도 가능하게 됐다. 


다음은 이 소장과 일문일답.

-우선 발사 성공 소감부터 말해달라.

▶오랫동안 기다렸던 일이 이뤄져서 개인적으로 무척 기쁘다. 특히 지금까지 함께 했던 동료 연구원 등 많은 분들에게 기본 도리를 한 것 같다.

-향후 다목적실용위성 5호의 역할은.

▶이번 위성도 다른 다목적 실용위성과 마찬가지로 지구를 관측하는 위성이다. 지금까지 광학을 통해 얻는 정보와 다른 정보를 얻게 되어 실생활 등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인 활용 계획은.

▶다목적 실용위성을 흔히 전천후 위성이라고 한다. 전천후가 의미하는 것은 간단하게 말하면 구름이 끼거나 밤에도 영상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실제로 고해상도, 광역으로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수 년 전 서해안에서 기름이 유출된 사건 같은 경우 관측 폭 100㎞의 광대역으로 찍으면 활용할 수 있다. 또 광학 위성보다 굉장히 미세한 변화를 탐지할 수 있다. 지하철 공사 때 땅을 판다거나 할 때 굉장히 미세한 수준이 1~2㎜ 정도의 작은 움직임도 다 잡아낼 수 있다. 영상레이더가 탑재된 위성이 지금까지 광학위성이 하지 못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위성 개발하는 데 걸린 기간이 모두 얼마나 되나.

▶실제 구체적으로 사업화가 돼서 착수된 것은 2005년 6월이다. 만 8년이 넘었다. 실제로 그 중 2년 정도는 억울하지만 발사가 지연되면서 밀린 거다. 그래도 다른 위성과 비교해 지나치게 긴 것은 아니다. 통상 위성을 새로 개발할 때 5년 정도 잡는다. 다목적실용위성 2ㆍ3호도 실제로 많이 지연됐다. 위성 개발을 하다 보니 까다롭고 정교한 기술이 있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러시아 기술진이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연기한 것은 다 잊어버리지만, 실패한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발사가 연기되면 용서받을 수 있지만, 실패되면 훨씬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없다. 지상에서 최선을 다 해 성공 확률을 높이려는 것이 위성 개발자의 입장이다.

-8년동안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발사가 지연된) 지난 2년이 굉장히 어려웠다. 항우연 안팎으로 비판을 많이 받았다. 심지어 계약을 잘못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러시아 발사체 개발사인) 코스모트라스와 관계를 보면 서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계약이었다. 우리 예산이 부족한 것을 코스모트라스 측에서 감안해 준 부분이 있다. 덕분에 계약을 하면서 40억원 가량을 깎았다. 그러다 우리도 코스모트라스 측도 어려워지면서 (발사가) 지연됐다. (다목적실용위성 5호를 쏘아올린) 발사체(로켓) 드네프르가 경쟁력이 있다. 올 하반기 과학기술위성 3호를, 내년에는 다목적실용위성 3A호를 한 묶음으로 보고 있다. 두 위성 다 다목적실용위성 5호처럼 잘 돼야 한다. 드네프르는 1984년 11월에 만들었다. 이번 위성까지 18번 중 17번 상업 발사에 성공했다. 러시아가 일반 서방 세계보다 투명성이 부족하다. 이번처럼 발사 영상도 직접 못 보고 발사대가 못 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드네프르는 믿을 만한 발사체다. 이번 발사를 계기로 코스모트라스도 (사세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 위성을 다른 나라 발사체에 맡긴다는 것에 대해 ‘아쉽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초창기 발사체 개발에 몸 담다 위성 쪽으로 왔지만, 우리나라 발사를 백번이고 천번이고 원한다. 다만 발사체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부에서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한국형 발사체(KSLV-Ⅱ) 개발이 결정돼 있다. 위성 개발자 입장에서는 하루 빨리 우리 위성이을 실을 우리 발사체를 확보했으면 좋겠다.

-향후 항우연의 위성 개발 계획은.

▶항우연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라 정부의 계획을 실현하는 역할을 한다. 다목적실험위성 시리즈는 지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개발비가 2500억~3000억원이다. 개발 기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 기타 공공 수요를 활용하기에 너무 비싼 위성이다. 현재 500㎏급 차세대 중형 위성을 생각하고 있다. 우리 기술로 개발해서 기간도 단축하고 비용도 줄이고자 한다. 운이 좋으면 내년에 착수도 가능할 것이다. 현재는 2018년 (개발을) 시작하는 것으로 돼 있다.

-위성 분야 권위다. 개인적 계획이 있다면.

▶발사체 분야에 종사하다, 1993년 다목적실용위성 1호 준비부터 거의 20년동안 다목적 실용위성만 했다. (위성 분야에) 나 말고도 훌륭한 인재들이 많다. 2010년 발사된 천리안 위성이 2009년 마무리될 때 조금 도왔다. 다목적실용위성 5호가 마무리되면 저궤도 차세대 중형위성은 다른 훌륭한 사람에게 맡기고, 항우연에서 천리안 위성 후속 정지궤도위성에 마지막으로 기여하고 싶다.

-10년 가량 쓰는 위성도 많은데, 다목적실용위성 5호의 임무연한은 왜 5년인가.

▶다목적실용위성 1호는 (수명이) 3년이었다. 저궤도 위성 수명이 5~7년이고, 정지궤도위성의 경우 과거 10년이었지만 지금은 15~20년까지 간다. 다목적궤도위성은 한 바퀴 돌 때마다 밤낮이, 그러니까 충ㆍ방전이 계속 바뀐다. 하루 14바퀴 방을 돌기 때문에 1년에 5000번 가량 충ㆍ방전하게 된다. 위성은 고칠 수 없으므로 보수적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다목적실용위성 5호처러 태양동기궤도를 가는 위성은 충ㆍ방전을 몇 번 해야 하나.

▶이번에 발사된 위성은 1년 중 9~10개월은 계속 낮이어서 충ㆍ방전은 유리하다. 영상데이터는 전자파를 방사하니까 태양전지판에서 배터리 파워를 끌어다 쓴다. 이 때 많은 전력을 소모하게 된다.

-광학, 영상레이더 탑재 위성에 다목적실용위성 3A호 같은 적외선 탑재 위성까지 유지하려면 위성을 5년에 한 번씩 발사해야겠다.

▶다목적실용위성 3A호에는 광학 채널도 탑재된다. 3A호와 5호, 두 개만 유지하면 충분하다. 일본의 경우 다목적실용위성 같은 정보 수집 위성이 광학과 영상레이더 각 2대씩 4대가 운영된다.

-러시아 측이 발사 지연 외에 받은 또 다른 애로사항을 주지는 않았나.

▶사람들 자체가 괜찮다. 구두로 약속한 축구장도 만들어줬다. 내가 도착한 지난달 10일 발사장 내에서 풋살구장 개장식을 열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독일,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연구원도 좋아한다. 아시아 레스토랑에 예습을 다녀올 정도로 식사에도 신경썼다.

-끝으로 개인적 포부가 있다면.

▶내가 위성 개발에 몸 담아 왔지만, 다 기여하고 지나가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위성 개발 자체가 계속 좀 잘 되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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