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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디피 12만원시대…골프치기가 무섭네
골프장 급증으로 캐디 ‘귀하신 몸’ 결국 캐디피 인상으로…“골프장 배 불리는데 왜 우리가 돈을 내나” 덤터기쓴 골퍼들 불만 폭발
‘캐디(caddie).’ 골프장 코스를 파악하고 골퍼들에게 클럽 선택이나 바람의 방향과 지형, 룰에 대한 조언을 돕는 경기 보조원이다. 16세기 스코틀랜드 메리 스튜어트 여왕이 세인트앤드루스에서 골프라운딩을 즐길 때 프랑스 귀족의 어린 아들을 ‘카데(생도라는 뜻)’라고 부르며 대동했는데, 이것이 캐디의 유래로 알려졌다.

그런데 요즘 캐디들이 애꿎은 골퍼들을 울리고 있다. 바로 국내 골프장들이 팀당 10만원이던 캐디피를 올해 대거 12만원으로 올린 것이다.

21일 발표된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18홀 이상의 국내 골프장 328개소 중 33.5%인 110개소가 팀당 캐디피를 12만원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제 골프장은 227개소 중 41.0%인 93개소, 퍼블릭 골프장도 101개소 중 24.8%인 25개소가 12만원을 받고 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60개소로 가장 많았고, 강원권(16개소) 충청권(14개소) 순이다.

2011년 파인리즈CC 1개소에 불과했던 12만원 골프장은 2012년 15개소, 올해 5월 49개소, 그리고 8월에는 110개소로 급증했다. 가히 ‘캐디피 12만원 시대’에 들어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1969년 당시 18홀 기준으로 300~400원으로 출발했던 캐디피는 1993년 시행된 캐디피 정액제로 그린피에서 분리, 3만원으로 재조정됐다. 골프인구의 증가로 1996년 6만원, 2005년 8만원으로 올랐고 2009년엔 10만원을 넘어섰다.

골프장이 캐디피를 인상시키는 가장 큰 배경은 캐디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다. 골프장 입장에선 빠른 경기 진행으로 더 많은 내장객을 유치해 매출을 올리려면 캐디의 존재가 절실하다.

현재 450여개 골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캐디들은 대략 3만여명 선. 보통 18홀 기준 60명 안팎의 캐디들을 필요로 하는데, 올해 골프장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캐디 수급 균형이 깨졌다. 올해 말엔 골프장 500개를 돌파할 예정이어서 골프장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3000~5000만원의 연봉과 숙식, 교육까지 지원받는 캐디들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이들을 잡기 위해 골프장이 내놓은 ‘당근책’이 바로 캐디피 인상이다. 하지만 인상분에 대한 부담은 오롯이 골퍼들 주머니에서 빠져나간다.

일반 골퍼들은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골프장 배를 불리는 데 왜 우리가 돈을 내야 하나”, “캐디인지 학생인지 모를 캐디한테 12만원씩이나 줘가며 가르쳐야 하나”, “안 그래도 줄어드는 골프장 손님이 더 떨어질 게 뻔하다. 제 무덤 파는 꼴”이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업계 시선도 따갑다. 윤원중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사무국장은 “캐디가 부족하면 노캐디나 캐디선택제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턱대고 캐디피를 올려 골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면 분명 부메랑이 돼 골프장의 경영 악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골프 관계자들은 미국처럼 노캐디 또는 캐디선택제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도 지방은 이미 캐디선택제가 정착됐고, 수도권 일부 골프장은 20명 정도만 캐디를 보유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제로 탄력 있게 운영, 자연스럽게 골퍼들의 부담을 줄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 협동조합’이 발족을 준비, 캐디 수급 문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협동조합이 싱글맘이나 경력 단절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캐디 교육을 시켜 골프장에 파견하면 골프장은 캐디 수급 문제를 해결하고 골퍼들은 지금보다 낮은 캐디피를 부담한다.

사회문제인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해 1석 3조의 효과를 본다”며 “진정한 의미의 골프 대중화 시대를 위해선 골퍼들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는 게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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