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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생토크> “부동의 골키퍼는 없다…이젠 김승규와 무한경쟁”
경쟁자 만난 축구대표팀 골키퍼 정성룡
페루전 무실점 후배 김승규
대표팀 붙박이 골키퍼 위협

이운재 선배도 밀려났듯이…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과정
팀위해 항상 최선 다해야죠


“골키퍼 인생이 다 그런 거래요.”

3년 만에 가장 위협적인 도전장을 받았다. 담담한 어조로 답했지만 굳은 표정은 숨기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옆자리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자신이 밀어낸 8년 간의 부동의 대표팀 골키퍼가 있었다.

축구 대표팀 주전 골키퍼 정성룡(28·수원)이 새로운 도전을 맞닥뜨렸다. 지난 14일 페루와 친선전서 8경기 연속 선발 행진이 멈췄다. 그를 대신해 주전 장갑을 낀 선수는 백업 골키퍼 김승규(23·울산)다. A매치에 첫 출전한 김승규는 특유의 동물적인 감각을 앞세워 페루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특히 후반 39분 클라우디오 피사로의 날카로운 슛을 반사적으로 왼팔을 뻗어 막아낸 장면이 돋보였다. 축구팬들은 이날도 ‘홍명보 호’의 첫 승리는 보지 못했지만 ‘김승규의 발견’에 환호했다. 벤치에서 이를 지켜본 정성룡의 마음이 궁금했다.

정성룡은 지난 20일 경기도 화성 프로축구 수원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삼성스포츠의 재능기부 캠페인 ‘삼성 소셜팬과 함께 하는 드림캠프-골키퍼 편’에 참석한 자리에서 당시 자신의 심경을 김봉수 대표팀 골키퍼 코치의 말을 인용해 에둘러 표현했다.

“김봉수 코치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골키퍼라는 인생이 다 그런 거라고. 흔들리지 말고, 이런 상황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하는 기회로 만들라고 하셨어요.”

자신의 생각은 쏙 뺀 대답이지만 적잖은 긴장감을 읽을 수 있었다. 정성룡은 자리를 옮긴 후엔 솔직한 마음을 표했다. 그는 “긴장감이 생기고 자극이 되는 건 사실이다. 경쟁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날 경기 후에도 ‘수고했다’고 등을 두드려줬다. 승규가 말수가 적어 서로 많은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순발력 등 장점이 많은 친구다”며 “나도 이제 대표팀에서 고참에 속한다. 경기에 뛰든 안뛰든 팀을 위해서 최선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재미있게도 이날 캠프에는 은퇴한 이운재(40)도 함께 했다. 이운재는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8년 간 지켰던 주전 수문장 자리를 정성룡에게 넘겨준 이다. 이운재는 “성룡이는 어느 상황에서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모습이 골키퍼에 딱 맞는 성격이다. 충분히 나를 뛰어넘을 것 같다”며 “지금 대표팀에 있는 골키퍼들이 모두 좋은 선수들이다. 누구와의 경쟁에 집중하기 보다는 대표팀 전체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은 “대표팀에서 경쟁 관계는 어느 정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도 “성룡이는 워낙 성실한 선수다. 흐트러짐이 없다. 의심할 여지 없이 대표팀 주전 골키퍼다”며 제자에게 힘을 실었다.

골키퍼는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주전경쟁이 없는 포지션이다. 대표 수문장 정성룡이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맞닥뜨린 낯선 경쟁 구도를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쏠린다.

화성=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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