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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완득이를 위하여 8편)안티 다문화 정서 허무는 인터넷방송. “동정이나 편견 없는 이주민의 시선 담아야죠”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불쌍하거나 위험하거나…. 한국 언론에 비친 이주노동자의 모습은 이 양극단에 놓여 있어요.”

지난 2005년 개국한 이주민방송(MNTV)의 김현숙 국장은 생활 속 뿌리 깊은 안티 다문화 정서에는 미디어의 책임이 크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성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주노동자에 대한 허상을 실체로 믿는 까닭에 이들의 진솔한 모습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매체가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TV에 소개되는 결혼 이주여성들의 삶은 대개 불행하고 동정받을 뿐이에요. 기사에 등장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온통 범죄자 뿐이죠. 동정이나 편견이 아닌 이주노동자의 진짜 목소리를 담아야해요.”

이런 생각에 출발한 MNTV(www.mntv.net)는 이주노동자들의 삶의 모습과 그들의 목소리를 한국어와 베트남어, 필리핀어, 태국어 등 13개 국어로 방송하고 있다.

“동정이나 편견이 아닌 이주민 그대로의 시선을 담아내자”는 모토를 내건 이주민방송(MNTV).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에 위치한 MNTV 스튜디오에서 스태프들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뒷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희선 작가, 박지영 PD, 홍찬호 PD, 그리고 파키스탄 출신의 아나운서 프레마랄 씨,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아나운서 나르기자 씨.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다문화 방송을 하는 인터넷 매체답게 MNTV의 아나운서인 나르기자(31ㆍ여) 씨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이다. 지난 2008년 말 입국한 그는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MNTV 인근의 외국인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임신해 무거운 몸으로도 매주 화요일이면 점심 시간을 아껴 MNTV 녹화에 참여한다.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가장 흔한 어려움이 언어에요. 모국어로 정확한 정보를 알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해요.” 능숙한 한국말로 나르기사 씨는 일하는 보람을 설명했다.

“처음엔 재미 삼아 시작한 방송이었지만 이젠 의무감을 느껴요.” MNTV의 또다른 아나운서인 프레마랄(43) 씨는 스리랑카를 떠나 한국에 정착한 지 15년째다. 그는 출입국 브로커들이 각종 명목으로 이주노동자들의 돈을 뜯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언어만 제대로 소통돼도 그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들의 다양한 삶이 소개돼 자신처럼 피부색을 이유로 차별받는 경우는 없었으면 한다고 그는 밝혔다.

이들의 생각은 이주노동자들의 생생한 삶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다. “한때 짜여진 대본 없이 이주노동자들을 모아 토크쇼를 하기도 했어요. 그들이 단지 소외된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가진, 건강한 삶의 주체란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09년엔 월간 페이지뷰가 120만건에 달할 정도로 방문자 수가 많았다고 한다.

“동정이나 편견이 아닌 이주민 그대로의 시선을 담아내자”는 모토를 내건 이주민방송(MNTV). 스리랑카 출신의 아나운서 프레마랄 씨가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뉴스를 녹화하고 있다. 현재 MNTV는 모두 13개 국어로 다국어 뉴스를 제작ㆍ보도하고 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그 동안 MNTV가 얻어낸 성과는 적지않다. 일례로 지난 3월 MNTV는 외국인근로자의 주거환경 및 성희롱ㆍ성폭력 실태를 조사해 고발한 바 있다. 이주노동자 숙소의 34%가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이며 여성노동자의 10.7%가 성희롱ㆍ성폭력 피해를 입은 바 있다는 조사 결과는 고용노동부가 다국어로 실태조사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MNTV는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한 이주민들의 법률문제를 도울 외국인 전문사법통역 교육생을 모집하고 미디어 교육을 통해 이주민들 스스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토대도 닦고 있다.

MNTV가 10년 가까이 방송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다문화 활동가들의 열정과 사명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2010년 12월에는 정부지원금이 끊기면서 수차례 이사를 다닐 수밖에 없을 만큼 위기를 맞았지만 이를 극복했다. 김 국장은 “결국 MNTV가 나갈 길은 우리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이주민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 기반을 닦는 일”이라며 “이주민을 위한, 이주민의 방송을 만들겠다”는 말로 포부를 대신했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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