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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대학의 미래-총장에게 듣는다)동서대학교 장제국 총장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대학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부산의 한 지방 사립대가 탈(脫) 한국을 선언하고, 아시아권 허브대학으로 도약하고자 남다른 도전을 펼치고 있다. 도전의 주인공은 올해로 개교 21주년을 맞는 동서대학교. 도전의 중심에는 부임 3년차를 맞은 장제국(49ㆍ사진) 총장이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미국 시러큐스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게이오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장 총장. 그가 말하는 미래 교육의 ‘희망’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부산이 아시아 젊은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의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함께 모여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네트웍을 형성하며,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쌓아가기 위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교육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학생 개개인의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 그가 운을 뗐다. 남과 다르다는 것, 주류와 다르기 때문에 좌절해야 하는 사회, 열등감을 강요하고 획일성 부여해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든 우리 교육의 부작용을 치유하는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대학이 이러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셀프브랜드(Self-Brand)를 형성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얘기다.

장 총장은 ‘낙오자 없는 교육’을 표방한다. 대학이 엘리트만을 위한 교육을 해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왜곡된 삶에서 재기하는 기회의 통로가 되어야한다는 말이다. 그러한 예로 동서대에서는 해마다 100명을 미국으로 단기유학(SAP/USA)을 보낸다. 학생 선발과정은 성적순외에도 인생 리셋(Reset) 전형이 있다.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의 삶에 새롭게 도전하려는 학생들을 성적과 관계없이 선발해 미국으로 보내준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생산현장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학생들이 인생리셋 전형을 통해 삶의 자세가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어릴적에는 쌀되로 쌀을 퍼서, 위에 올라온 부분을 손으로 깎아서 한되, 두되 쟀습니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우리나라에선 기준에서 떨어져나간 쌀들도 귀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비록 기준안에 들진 못했지만 이들도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란 걸 명심해야 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를 물었던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가 생각났다. 철없던 젊은 시절, 방황의 끝자락에서 이같은 물음에 도달했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었기 때문이다.

동서대가 추구하는 대학교육의 또다른 큰 줄기는 ‘세계를 가슴에 품는 교육’이다. 글로벌 교육시대에 지역에서만 통하는 인재는 안된다는 얘기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꿈을 세계로 이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란 확실한 자기가치로 해외에서도 통하는 인재를 말한다. 또 언어와 문화면에서 국제적 소양을 갖춰야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동서대 학생들은 한해에만 700~800명이 해외로 나가 활동하고 있다.

장 총장은 동서대의 지나온 20년을 하드웨어를 갖춘 시기라고 정의했다. 또 앞으로 다가올 20년은 소프트웨어를 갖추는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고 밝혔다.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교과과정 개편을 위해선 오히려 역사가 짧은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현대사회의 지식 수명은 5년 안팎이다. 역사가 오래된 대학은 변화가 어렵지만 동서대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수들이 젊고 하고자 열정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총장은 일때문에 미국을 자주 드나든다. 이때마다 유수의 대학들을 돌아보고 그들의 장점을 연구한다. 그는 “미국의 경우, 6개월에 한번씩 교과과정을 개편하는 대학들이 많다”며 “외부 평가 통해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교과과정을 수립해 대학교육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장점을 도입해 디자인학부에는 루트제를 도입한다. 내년부터는 아예 과가 없어지고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디자인 부문을 공부할 수 있다. 컴퓨터공학과에서도 지역 산업계와 함께 교과목을 편성하고 기업이 스폰해서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수행한다. 바로 클래스셀링이다. 기업이 학생들의 실력 검증해서 취업으로 연결한다. 국제물류학과에서는 교과목 수업을 동영상으로 미리 보고, 학교에 나와서는 교수들에게 질문하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업을 운영한다. 실제 온라인투오프라인(online-to-offline) 교과과정은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서대는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특성화해나가고 있다. 지역사회 공헌이 가능한지, 최첨단 분야인지, 비교우위가 있는지 등을 검토해 영화ㆍ영상, 디자인, IT융합, 디지털콘텐츠, 일본연구 등을 특성화 분야로 내세웠다.

국제적 영화도시인 부산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영화ㆍ영상분야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임권택 감독을 초빙해 영화예술대학도 만들었다. 지난 3월에는 사상구 주례동 본 캠퍼스에 있던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을 영화의전당이 위치한 해운대 센텀캠퍼스로 옮겼다. 일본을 연구하는 것도 부산에서 잘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연구는 수도권의 어떤 대학보다도 동서대가 많이 알려져 있다. 현재 일본내에선 인구가 감소하면서 외국인들에게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일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셈이다. 이외에도 디자인, IT융합, 디지털콘텐츠 분야는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산업으로 꼽히고 있으며, 그만큼 학생들의 진로도 밝다는 것이다.

동서대는 해운대 센텀캠퍼스를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해운대구 우동 1만6532㎡의 대지에 자리잡은 센텀캠퍼스는 지하 2층, 지상 18층의 최신식 건물로 지어졌다. 인근에는 영화의 전당, 부산영상위원회와 부산촬영스튜디오,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부산문화재단, 방송국 등이 위치해 부산 최대 영상콘텐츠 밀집지역으로 꼽힌다. 동서대는 해운대 센텀캠퍼스를 통해 영화와 공연예술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각오다.

동서대는 아시아 대학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 있다. 동서대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개최한 아시아대학 총장회의에는 17개국 68개 대학 모였다. 이를 계기로 아시아 섬머스쿨도 시작됐다. 올해 여름 11개국 27개 대학 400명 학생이 참여해 3주 동안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간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처럼 동서대가 아시아에 집중하게된 것은 장 총장의 의지가 작용됐다. 그는 아시아시대가 도래했다고 단언한다. 세계인구 60%가 아시아에 모여살고, 중국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ㆍ태국 등의 발전 속도도 대단히 빠르다. 또한 이들 아시아 국가들이 대부분 우리나라를 좋아해 졸업후 학생들이 아시아로 진출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장 총장은 많은 아시아 인재들이 부산에서 영화ㆍ예술을 공부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이들을 위해 교과과정을 영어로도 똑같이 수업한다. 위상에 걸맞게 교수진도 실무형으로 구성했다. 중국과 합작대학을 ‘우한’에 설립한 것도 우수한 해외 학생들을 부산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다. 또 영화ㆍ예술 산업의 중심지로 조성하기 위해 뉴질랜드 등 해외 우수한 영상제작사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동서대의 경쟁상대는 국내에는 없다. 수도권을 바라보지 않고 아시아 태평양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대륙과 해양의 접촉점인 부산, 이곳에 아시아에서 하나밖에 없는 특성화대학이 되고자 도전하는 열정이 식을 줄 모른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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