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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물 책임법 개정된다고 하지만…
자동차 급발진 사고라도
정상운전 입증해야 배상


제조물책임법 개정 작업이 진행돼 조만간 소비자들이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대한 배상을 받아내기가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입증 책임이 완전히 면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이 올라 있다. 법무부 역시 오는 29일 ‘제조물책임법 개정위원회’를 발족하고 개정안 마련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제조물책임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개정 작업은 민법상 소비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제조사의 입증 책임을 강화한다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은 2003년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따르고 있다. 대법원은 2003년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등에는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고 그 결함으로 손해가 발생한다고 추정하는 것이 손해배상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문제는 이미 일선 법원에서는 이 판례의 취지에 따라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비자가 급발진 피해를 인정받아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아낸 사례는 국내에 전무하다.

급발진 피해를 주장하며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지난 6월 패소한 김모 씨 역시 그러한 사례다. 김 씨는 지인들과 차를 몰고 나들이를 갔다가 사고로 일행 중 한 명은 사망하고 본인 역시 크게 부상을 입었다.

법원은 소비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한 대법원의 판례를 원용하면서도, 사고 당시 속도가 100~126㎞ 정도였다는 점, 사고 직후 운전자의 신발이 가속페달 위에 놓여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운전자의 잘못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05년 급발진 사고로 소송을 치렀던 탤런트 김수미 씨도 마찬가지다. 당시 법원은 김 씨의 패소를 선고하며 “김 씨의 입증 책임을 완화시키더라도 자동차를 사용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조작했다는 점만큼은 입증해야 한다”며 “이런 입증도 없이 자동차회사에 제조설계상 결함이 있었음을 입증하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법원 관계자는 “차체 결함 등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지울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소비자 본인만큼은 실수나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유발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판결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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