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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자동차 美서 치열한 경쟁…스마트폰 세계 1위 뒤엔 전략적 제휴도
때론 맞수로 때론 친구로…한 · 일경제 애증의 관계
국가간 산업경계 허물어진 글로벌시대
삼성, 스마트폰 렌즈 대부분 소니부품
샤프 지분도 인수…LCD패널 확보



한국과 일본의 역사는 변하지 않지만 산업 구도는 시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일제 치하의 역사는 시간이 변해서도 사실 그대로 인식돼야 하지만 두 나라의 경제는 때로는 라이벌로, 때로는 ‘악어와 악어새’ 같은 협력관계로 변한다. 물론 두 나라를 둘러싼 역사의 실타래는 경제 분야에서도 늘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지만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장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분야다.

▶엎치락뒤치락 韓ㆍ日 경제…절대 승자는 없다=한때는 일본이 일방적이었다. 일본이 앞서가면 한국이 따라가기 바빴다. 하지만 이제는 두 나라의 경제 성적표만큼 한 쪽의 우위를 따지기 어려운 경우도 드물다.

16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3월) 기준 한국과 일본의 전체 산업 수출경합도는 68.1%로 집계됐다. 한ㆍ일 간의 수출경합도는 2006년 71.1%까지 치솟았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말 67%까지 떨어졌고, 이후 다시 상승했으나 2011년 말 69%를 기점으로 다시 68%대까지 하락 추세다.

수출경합도는 양국의 수출상품 구조의 유사성을 계량화해 외국시장에서의 국가 간 경쟁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완전 경합 때 100%, 경합이 없을 시 0%를 나타낸다.

전기ㆍ전자의 경합도는 19.9%로 비중이 가장 크지만 2000년 26.2%에 비해서는 크게 떨어졌다. 한국은 이 분야의 수출 비중이 28.8%까지 상승했지만 일본은 20%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자동차는 2000년 8.9%에서 올해 13.2%로 경합도가 상승했다. 작년 말과 비교해도 석달 만에 12.8%에서 13.2%로 올랐다. 현대ㆍ기아차와 일본 도요타의 경쟁이 대표적이다. 두 업체는 주요 타깃이 겹치면서 미국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 혼다, 닛산 등에 이어 현대ㆍ기아차가 7위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닛산을 제치고 ‘빅6’에 포함되기도 한다.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으면서 전반적인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엔저를 등에 업고 일본 산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성적표는 다시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국내 수출 1위 품목인 석유제품은 수출증가율이 지난해 43.9%에서 올해 -0.7%로 급락한 반면 일본은 -41.8%에서 4%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철강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3㎜ 열간압연제품의 경우 지난해 7.6%에서 올해 -38.2%까지 떨어졌지만 일본은 지난해 -116%에서 올해 49%로 크게 늘었다. 

경기도 파주시 당동리에 위치한 파주전기초자(PEG)는 세계 1위의 LCD패널 유리 생산업체다. 일본의 NEGD와 LG디스플레이가 2005년 합작설립한 후 지난해는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코트라의‘인베스트 코리아 서포터즈’가 PEG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공생’…경제적 타협은 ‘현재진행형’=서로 칼 끝만 겨누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가 간 산업경계가 무너지고 시장이 글로벌화되면서 때로는 살아남기 위한 ‘공생’이 불가피한 경우도 많다. 일본 샤프가 제작한 LCD패널을 사용한 삼성의 LCD TV나, 삼성의 낸드 플래시가 사용된 일본 스마트폰 등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두 나라의 전략적 결합이 왕왕 이뤄지고 있다.

전자업계의 경우 과거 완제품 시장의 강자는 일본이었다. 이후 스마트산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승기를 쥔 한국은 전세를 역전했다. 그러자 양국의 경쟁은 완제품에서 부품 시장으로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스마트TV 등에서 삼성 등이 세계 시장을 주도해나갈 정도로 몸집을 키우자 일본은 부품 공급으로 수익을 올리게 됐다.

소니의 경우 스마트 산업이라는 대세를 따르지 못해 도태됐지만 갤럭시 등 삼성이 만드는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카메라 렌즈 등은 대부분 소니의 부품으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전략적 공생’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삼성전자의 샤프 지분 인수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104억엔(1200억여원)을 투자해 샤프의 주식 3%를 인수하며 5대 주주가 됐다. 이유는 초대형 TV를 만드는 데 필요한 차세대 규격(10세대) LCD 패널을 안정적으로 조달받고 지분 인수를 통해 LCD 부문의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대형 패널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홍승완ㆍ김상수ㆍ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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