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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준 SADI 학장 “공공선 본래가치 잊지않아야 미래디자인”
“OEM→에코시스템, 급성장한 우리 디자인 자신감 가져야”

시간 지나면 진짜 자기 디자인하는 글로벌거장 나올 것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우리 디자인은 지난 30년간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우리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버려야 합니다. 이제 그런 걱정을 넘어 더 큰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김영준 삼성디자인학교(SADIㆍSamsung Art & Design Institute) 학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SADI 캠퍼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의 디자인 역량은 충분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OEM 디자인’ 밖에 하지 못하던 ‘디자인 빈국’에서 각종 디자인대회에서 상을 휩쓰는 ‘디자인 강국’이 되기까지, 그 과정에 담긴 우리 디자인의 역동성에 주목해야한다는 것이다.

김 학장은 “제가 삼성에 입사했던 1984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디자인 개념이 없었다”며 그 역사의 시작을 설명했다.

“1984년에 제품디자인 전공으로 삼성에 입사했는데 그때만 해도 우리 마음대로 디자인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대충 모양을 잡아 미국으로 보내면 미국 디자이너들이 세부적인 지시를 내렸죠. 우린 그걸 ‘OEM 디자인’ 이라고 불렀습니다.”

김영준 SADI 학장이 우리 디자인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에 이르도록 우리나라는 제품의 디자인 조차 디자이너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을 만큼 ‘디자인의 불모지’였다는 얘기다. 그토록 척박했던 우리 디자인의 토양은 이후 별다른 변신을 하지 못한 채 더딘 발전을 이어갔다.

김 학장에 따르면 우리 디자인이 점차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10년 뒤인 1990년대 초반부터다. “1990년대에 들어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경제 규모를 갖추게 되고 자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해 낼 만큼 기술력이 쌓이자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점차 커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계는 있었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점차 잡혀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중심에는 ‘기술’이 있었어요. 기술의 한계를 디자인이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엔지니어가 만든 ‘정육면체’의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는 정도였다고 할까요. ‘경쟁사와는 조금 다르게 외관을 꾸미는 것’이 당시 디자인의 목표였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디자이너의 상상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했다.

그랬던 우리 디자인이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 건 1990년대 중반부터다. 김 학장은 “그 변곡점 중심에 당시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반도체 기술’이 있었다”고 회상한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작은 칩에 담아낼 수 있게 되면서 제품들의 크기도 점차 소형화가 돼갔고, 사용자의 취향과 욕구에 따라 디자인하는 ‘Easy of Use’라는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불과 3, 4년 만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였다.

이후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 새로운 디자인의 개념은 사용자의 감성적인 영역을 포괄하면서 점차 확장됐고, 오늘날에는 각기 다른 형태의 제품을 이용하거나 환경에 있더라도 ‘동일한 사용성과 경험’을 제공하는 ‘에코시스템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으로까지 발전했다.

김 학장이 주목하는 것은 이 ‘변화의 급류’ 속에 담긴 우리 디자인의 역동성과 기술적 우수함이다. “첨단기술을 우리 산업이 선도하는 만큼,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에서도 우리 디자이너들의 자율성은 더욱 배가될 것입니다. 거기에 온갖 시련을 거쳐 급속 성장한 우리 디자인의 역동성과 실험정신은 어린 디자이너들을 더 큰 디자인 세상으로 이끌 것 입니다.”

실제로 우리 디자이너들은 세계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이미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 학장이 몸담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미 2004년부터 IDEA, Red Dot, iF 등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10년 동안 수상랭킹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김 학장이 가르치는 SADI 학생들도 세계적인 디자인어워드를 휩쓴다. 김 학장이 “지금은 우리 디자인의 역사가 짧아 이른바 ‘거장’이라 불리는 이가 없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진짜 자기 디자인을 하는 거장’이 나올 것” 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다만 김 학장은 “유럽 같은 경우 ‘소수만이 즐기는 예술의 가치, 아름다움을 공공으로 확장한다’는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가 아주 오래전부터 자리잡아온 반면, 우리나라는 산업시대 이후 ‘제품을 잘 팔리게 하기위한 포장’으로 디자인이 성장을 했다”며 “공공선을 위해 아름다운 가치를 양산한다는 디자인의 본래 의미를 잊지 말아야 더 큰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yesyep@heraldcorp.com

김영준 SADI 학장이 우리 디자인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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