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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인월드를 움직이는 68명의 거장들
디자인전문가 10명에 추천받아보니...

디자인 최고수들도 DSR미래로 줄달음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디자인은 역동성이 살아 숨쉬는 ‘변화의 영토’다. 백가쟁명(百家爭鳴).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신만의 감각과 철학을 뽐내며 매일같이 등장하고 누군가는 대중의 공감을 받아 ‘거장’으로 우뚝 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번뜩이는 재치와 영감으로 무장한 신진디자이너들이 미래의 디자인 세계를 평정하기 위해 칼날을 간다. 물리적 한계 없이 ‘상상과 사고’로 모든 것이 가능한 이 곳, 디자인의 세계는 이른바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다.

헤럴드경제는 국내 최고의 디자인 전문가 10명에게 ‘현재 디자인 세계를 움직이는 중원의 거장과 은둔 고수는 누구인가’를 물었다. 전문가들은 디자인 분야에 관계없이 이미 일가를 이뤘다고 생각되는 디자이너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신진 디자이너들을 자유롭게 추천했다. 그 결과 68명(중복제외)의 디자이너들이 ‘현재 디자인 세계를 움직이는 디자인 거장’으로 거론됐다. 디자인세계의 중원, 또는 중원으로 나가려고 변방에서 꿈틀대는 최고수들은 누가 있을까. 

(왼쪽부터) 디터 람스, 칼 라거펠트, 매기 맥냅, 크리스 뱅글

▶‘산업ㆍ건축ㆍ패션’ 주류디자인의 ‘위ㆍ촉ㆍ오’=아무리 시대가 변했다지만 ‘전통의 강자’는 변하지 않았다. ‘상품 소비’가 생활의 중심이 된 현대사회에서 디자인 세계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산업디자인과 패션, 건축 디자인이었다.

전문가들에게 추천받은 디자이너들을 집계해 본 결과, 현재 디자인계의 거장으로 지목된 산업ㆍ가구디자이너는 총 28명. 전체의 절반가량에 이르는 수치다. 애플의 디자이너인 조나단 아이브,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카림 라시드, 스페인의 하이메 아욘, 프랑스의 로낭 & 에르완 브흘렉, 영국의 재스퍼 모리슨, 독일의 콘스탄틴 그리치치와 디터람스 등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애플의 산업디자인팀 부사장인 조나단 아이브는 영국 출생으로 1992년 애플에 입사했다. 입사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면서 산업 디자인부문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다. 이후 1998년 출시된 ‘반투명한 청록 빛’의 iMac, 아이팟 등 다수의 제품을 디자인하며 ‘심플한 디자인’의 거장으로 우뚝 섰다.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카림 라시드는 이집트 출생이다. 그는 아인슈타인처럼 어린 시절 학습장애를 겪었는데, 수학에 있어서만큼은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디자인에는 유독 수학적인 요소가 들어간 도형이나 무늬가 자주 등장한다. 카림 라시드는 300여개가 넘는 디자인상을 수상했고 전 세계 40여개국을 넘나들며 가구, 제품,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스페인의 하이메 아욘은 미(美) 타임지에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 100인’에 이름을 올린 이른바 ‘핫 피플’이다. “놀이는 삶을 유쾌하게 하고, 자유롭게 하고, 꿈을 꾸게 하는 중요한 요소” 라고 외치는 그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가구디자인으로 2008년 벨기에 인테리어 비엔날레 사상 최연소 초청작가로 초대되기도 했다.

디터람스는 ‘시대를 뛰어넘는 디자이너’라는 평가를 받았다. 40여 년간 독일의 명품 가전업체 브라운사의 일을 했던 그는 라디오ㆍTVㆍ면도기 등 브라운 사의 제품 500여개를 디자인 했다. 간단명료하면서도 기능에 충실한 그의 디자인은 조나단 아이브와 무인양품의 디자이너 후카사오 나오토에 이르기까지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패션 디자인분야에서는 칼러거펠트, 피비 필로, 마리 카트란쥬 등 12명의 디자이너가 눈에 띈다. 팬디, 샤넬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칼 라거펠트는 유머와 위트를 패션에 접목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않는 디자인으로 샤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신예 마리카트란주는 ‘과감한 그래픽 프린트’로 패션계의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건축과 텍스타일을 전공한 그녀는 건축적이며 강렬한 프린트를 옷에 자주 이용하는데, 향수병이나 건물처럼 ‘입을 수 없는 존재’를 옷에 그리는 상상의 전환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건축분야 거장으론 13명이 추천됐다. 이토도요, 장 누벨, 피터줌터 등이 그들이다. 10월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13에 연사로 오는 이토 도요는 ‘사회적인 가치를 담은 건축’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피터 줌터와 장 누벨은 도시의 아름다움으로부터 영감을 찾고 지역의 재료와 기술을 기반으로 디테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함으로써 건축의 최고봉에 이름을 올렸다. 

(왼쪽부터) 게리 카드, 게빈 휴즈, 비비안 웨스트우드, 조나단 아이브

▶정중동의 힘, ‘디자인혁신가’=이와는 반대로 화려하진 않지만 조용히 디자인 세계의 ‘혁신’을 만드는 거장들도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나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브랜드 전문가들이다. 직접 제품을 디자인 하지는 않지만 기업의 경영이나 서비스, 이미지를 담당하면서 ‘조용하지만 막강한’ 디자인 파워를 보이는 이들이다.

미국 디자인경영협회 회장인 지안프랑코 자카이는 1983년 ‘디자인 컨티늄’ 이라는 디자인 컨설팅 회사를 설립해 제품, 엔지니어링, 디자인 전략, CI 디자인 등 분야를 넘나들며 여러 기업에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헤럴드디자인포럼2013의 연사이자 영국 IDEO 대표인 팀 브라운은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모여 만드는 디자인 방법론’을 실천하는 세계 최고 디자인 전문회사의 대표다. 그는 매출, 소비를 위한 디자인을 뛰어넘어 인간의 삶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디자인을 실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비스디자인 회사 Engine Group 설립자 올리버 킹도 공공 및 민간서비스 혁신을 위해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적극 활용하는 이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는 기존 경영컨설팅에서 강조하던 효과나 효율을 넘어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를 해결해주는 데 초점을 맞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를 통해 올리버 킹은 기존 디자인의 영역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부분으로까지 디자인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류를 위한 건축(Architecture for Humanity) 대표인 카메론 싱클레어는 분쟁지역 거주자들을 위한 저예산 건축 및 건축 아이디어를 위한 온라인 오픈 플랫폼을 운영한다.

(왼쪽부터) 자하 하디드, 미우치아 프라다,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이토 도요

▶각자의 분야에서 ‘사회적책임’을 실현한 디자인 거장들=디자이너들이 단순히 상업적인 성공을 이뤘다고 해서 ‘거장’으로 손꼽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분야에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을 접목시켜 진정 인간을 위한 디자인을 실천하는 이들의 위상도 대단하다.

그래픽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는 문자나 그림을 통해서도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이 러브 뉴욕(I♥NY)’이 그의 작품. 이 작품은 제1차 석유파동 직후 전 세계가 극심한 경제 불황을 겪고 있던 1975년에 뉴욕주 상무국이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기획한 광고 캠페인에서 탄생했다. 밀턴 글레이저는 9.11 테러 이후 ‘아이 러브 뉴욕 모어 댄 에버(I♥NY More Than Ever)’라는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밀턴 글레이저는 사회참여 활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64년 동료 디자이너 22명과 함께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상업주의에 매몰되어가는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역할을 생각하고 대안을 모색하자’는 선언을 하기도 했고, 2005년에는 보스니아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인 미르코 일리치와 함께 세상의 모든 부조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담은 전 세계 디자인 작품 400여 점을 모아 ‘불찬성의 디자인(The Design of Dissent)’ 이라는 제목의 작품집을 내기도 했다.

제품을 만드는 산업디자이너이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실현한 이도 있다. 스위스의 이브 베하다. 혁신적이면서 인도주의적 디자인으로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디자이너인 그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착한 디자인’을 뽑는 인덱스 어워드를 두 번이나 수상했다. 자신의 디자인으로 세상이 끊임없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 낙관주의자인 이브 베하는 자신의 목표를 “지속가능성, 사회적 공익 같은 21세기의 큰 주제를 위한 용병이 되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왼쪽부터) 에디 슬리먼, 필립 스탁, 오준식, 이돈태

▶미개척 영토 ‘DSR’로 미래를 점령하라=하지만 이처럼 변화무쌍한 세계 디자인 영토에서 우리 디자이너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이번에 디자인 거장으로 추천된 한국인 디자이너는 단 3명. 이웃나라 일본의 10명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다.

디자인거장 또는 주목할 만한 고수로 추천된 한국인 디자이너는 이돈태, 오준식, 위진복이다. 영국 텐저린사의 공동대표인 이돈태는 ‘미래를 보는 통찰력을 담은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고, 오준식 역시 ‘사회적 가치를 담은 디자인 혁신’ 이라는 이유로 주목대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 공공건축가 위진복은 서울 영등포의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임시 거주 시설로 마련된 이른바 ‘컨테이너 쪽방촌’을 설계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김영준 SADI 학장은 이와 관련해 “많은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의 사회적책임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신진 디자이너들이 본인의 작업에 그런 공공적인 가치를 접목한다면 앞으로 더 큰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yesyep@heraldcorp.com

[사진제공=네이버]

■글로벌 디자인 거장을 추천해준 이(가나다 순)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김상규 서울산업대 디자인학과 교수

김신 대림미술관 부관장

김태완 한국디자인진흥원 홍보실장

김현미 SADI 교수

나건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대학원 교수

이현호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박형걸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모바일/융합플랫폼 기획 책임

유수진 PFIN 대표

전은경 월간디자인 편집장

■추천받은 글로벌 디자인 거장들

1 칼 라거펠트(독일/패션디자이너)

2 비비안 웨스트우드(영국/패션디자이너)

3 에디 슬리먼(프랑스/패션디자이너)

4 레이 카와쿠보(일본/패션디자이너)

5 마르땡 마르지엘라(벨기에/패션디자이너)

6 미우치아 프라다(이탈리아/패션디자이너)

7 니콜라스 게스키에르(프랑스/패션디자이너)

8 매기 맥냅(미국/맥냅디자인 대표)

9 피비 필로(프랑스/패션디자이너)

10 프로엔자 슐러의 잭 맥컬러 & 라자로 에르난데즈(미국/패션디자이너)

11 마크 뉴슨(호주/산업디자이너)

12 카림 라시드(이집트/산업디자이너)-2명

13 조나단 아이브(영국/산업디자이너)-5명

14 밀턴 글레이저(미국/그래픽디자이너)

15 렘 콜하스(네덜란드/건축디자이너)

16 하이메 아욘(스페인/산업디자이너)-2명

17 위진복(한국/건축디자이너)

18 에드워드 바버와 제이 오스거비(영국/건축, 가구, 산업디자이너)

19 넨도(일본/가구디자이너)-2명

20 피트 하인 이크(네덜란드/가구, 조명, 액세서리 산업디자이너)

21 로낭 & 에르완 브흘렉(프랑스/산업디자이너)-2명

22 재스퍼 모리슨(영국/산업디자이너)-2명

23 하라 겐야(일본/그래픽디자이너)-2명

24 트로이카 디자인그룹(영국/브랜딩, 그래픽디자인)

25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스페인/건축, 인테리어, 가구디자이너)-2명

26 마르셀 반더스(네덜란드/산업디자이너)

27 마크 뉴슨(호주/산업디자이너)

28 콘스탄틴 그리치치(독일/산업디자이너)-2명

29 팀 브라운(영국/콘셉트디자이너)-2명

30 알렉산드로 멘디니(이탈리아/건축디자이너)

31 필립스탁(프랑스/산업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

32 스테판 사그마이스터(호주/그래피디자이너)

33 에치오 만지니(이탈리아/환경디자이너)

34 올리버 킹(영국/서비스디자이너)

35 야마자키 료(일본/커뮤니티디자이너)

36 디터 람스(독일/산업디자이너)-2명

37 크리스 뱅글(미국/산업디자이너, 자동차디자이너)

38 제임스 다이슨(영국/산업디자이너)

39 레이 홀랜드(영국/디자인 경영학 전문가)

40 타카시 야마다(일본/산업디자이너)

41 켄 쿠(싱가포르/산업디자이너)

42 지안프랑코 자카이(미국/종합디자인컨설팅 CEO)

43 사이먼 옹(싱가포르/커뮤니케이션디자인)

44 마르셀 반더스(네덜란드/산업디자이너)

45 헬라 융게리우스(네덜란드/산업디자이너)

46 후카사와 나오토(일본/산업디자이너)

47 론 아라드(이스라엘/산업디자이너)

48 헤더윅 스튜디오(영국/건축, 도시계획, 패션디자인 단체)

49 이브 베하(스위스/산업디자이너,퓨즈 프로젝트 대표)-2명

50 타크람(일본에 거점/제임스 다이슨 설립, 디자인 엔지니어링 그룹)

51 자하 하디드(이라크/건축디자이너)

52 마티외 르아뇌(프랑스/친환경디자이너)

53 렘 쿨하스(네덜란드/건축가)

54 마리 카트란주(그리스/패션디자이너)

55 장 누벨(프랑스/건축디자이너)

56 피터 줌터(스위스/건축디자이너)

57 나가오카 겐메이(일본/그래픽디자이너)

58 시게루 반 (일본/건축디자이너)

59 카메론 싱클레어(영국/건축디자이너)

60 브루스 마우(캐나다/그래픽디자이너)

61 리 클로(미국/광고 크리에이터)

62 브라이언 콜린스(미국/브랜드 전문가)

63 이토 도요(일본/건축디자이너)

64 오준식(한국/크리에이티브디렉터)

65 이돈태(한국/산업디자이너)

66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이탈리아/산업디자이너)

67 게리 카드(영국/세트, 일러스트레이트, 패션, 소품디자이너)

68 게빈 휴즈(영국/인테리어, 세트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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