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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약자입니다” 지하철 노약자석 하소연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A 씨는 지하철을 이용할 때면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야 안심이 된다. 피부가 닿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CRPS(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A 씨는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 있다가 한 아주머니로부터 꾸지람을 들었다. “멀쩡하게 생긴 젊은이가 왜 여기 앉아 있냐”는 것이었다. 억울했던 A 씨는 웅성대는 사람들에게 “젊은 사람이 노약자석에 앉아 있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달라”고 호소해야 했다.

임신 4개월차 주부 B 씨는 노약자석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라”고 막무가내로 화를 내는 50대 남성에게 면박을 당했다. 엉거주춤 일어선 B 씨는 “임신부인데 힘이 들어 잠시 앉아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가 “내가 임신부인줄 알았나? 말을 해야지”라는 말을 들었다. “임신부라고 일일이 말을 해야 하느냐?”며 묻자 남성은 “당연하지! 안 그러면 어떻게 알아!”라고 대꾸했다. B 씨는 “이날 이후 아무리 힘이 들어도 노약자석엔 절대 앉지 않는다”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어려움을 가진 환자ㆍ임신부 등 교통 약자들이 지하철 노약자석을 이용하려다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과 비난을 사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웹사이트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에 따르면 ‘노약자석 자리 다툼 민원 건수’는 지난해 174건으로 3년전인 2009년(136건)보다 21%가량 증가했다.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 관계자는 “탑승객들의 의식ㆍ문화의 문제여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안내방송ㆍ교통약자 배려 홍보물 등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의 잘못된 행태 때문에 오해와 갈등이 커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대한은퇴자협회(KARP)의 설문조사를 보면, 40대 이상 장ㆍ노년층에게 ‘노약자석에 젊은이가 앉아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66.7%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고 아무 말 안한다’고 답했다. ‘미안해할까봐 멀리 떨어져 서서 간다’는 응답자도 14%였다.

plato@heraldcorp.com

사진=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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