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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예비부부들, 건강검진에 호적등본까지 확인한다는데...왜?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올 가을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오모(27) 씨. 혼수 및 결혼식 준비로 정신없는 가운데, 오 씨를 신경쓰이게 하는 일이 한가지 더 생겼다. 바로 얼마전 예비신랑이 함께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오 씨는 처음에는 ‘서로의 건강을 위해서’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차츰 ‘이 남자가 나를 못 믿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나빠졌다. 오 씨는 남자친구에게 “나는 건강하니 걱정하지말고 검진비용을 아껴 살림 장만에 보태자”고 말했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사실 부모님이 신부가 임신이 가능한지, 질병은 없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충격을 받은 오 씨는 “어떻게 사람을 믿지못하냐”며 남자친구와 크게 싸웠지만 결국 예비시댁 쪽 요구대로 검진을 받기로 했다.

최근 결혼을 앞두고 건강검진을 받는 예비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로의 질병유무를 확인하고 건강한 부부생활을 위해서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서로의 건강상태를 믿지못하거나 가임여부를 미리 판명하는 등 결혼 후 분쟁을 줄이기 위한 씁쓸한 세태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한발 나아가 호적등본을 서로 확인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주로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혹시나 상대방이 이혼경력이 있는지, 숨겨놓은 자식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3개월전 결혼을 한 이상민(39ㆍ가명) 씨는 “결혼 전 장모님이 호적등본을 요구했다”며 “말은 안하지만 내 나이가 많다보니 이혼한 경력은 없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눈치였다”며 씁쓸하게 말했다.

호적등복은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상대방의 가족관계를 정확하게 알고 싶어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김 모 씨는 결혼을 앞두고 호적등본을 신부측에 제출했다. 김 씨는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말했지만 혹시나 이혼하지 않았나 의심하는 것 같아 아예 서류로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최근에는 결혼정보회사에서 아예 회원가입시 건강검진서와 호적등본을 요구하기도 한다.

A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열쌍중 한두쌍이 건강검진이나 호적등본을 확인했다면 요즘에는 절반이 훌쩍넘는 비율로 관련서류를 확인하는 추세”라며 “최근 연애경험이 보편화되고 이혼률도 증가함에 따라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하는 마음에서 건강은 물론, 가족관계를 정확히 알고싶어 하는 분위기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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