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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원가 밑도는 전기값이 전력난 부채질
긴 장마가 끝나자 전력 수급이 다시 비상이다. 전력당국은 8일 예비전력량이 450만㎾ 아래로 떨어지자 전력경보 ‘준비’를 발령했다. 전력경보가 발령된 것은 지난달 19일 이후 20일 만이다. 이날 일부 지역은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섰고,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무더위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최저기온조차 30도를 웃도는 초열대야 찜통 더위를 식히려면 전력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휴가도 대부분 마무리 단계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가 전력 수급 최대 고비로 보는 까닭이다.

그나마 가까스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모면하며 버티고 있는 것은 정부의 강도 높은 절전 대책 때문이다. 지난 5일부터 백화점 등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대형 건물은 의무적으로 3~15%씩 줄이고, 공장은 조업시간을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줄인 전력 수요량이 460만㎾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라도 손을 쓰지 않으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전력당국은 수요가 더 늘어나면 추가 조치에 착수한다지만 블랙아웃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기는 어렵다.

한여름과 한겨울만 되면 전력이 모자라 쩔쩔매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급량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요는 해마다 늘어나는데 공급은 한정돼 있고, 그나마 주 공급원인 원자력발전소의 4분의 1가량이 불량부품 수사, 설계수명 연장 작업 등으로 멈춰 있다. 정비 중인 100만㎾급 한울 4호기와 고리 1호기가 곧 재가동에 들어가면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나 근본적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부터라도 중장기 전력 안정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도 에너지 절약형으로 점진적으로 바꿔나가는 것도 필수다. 언제까지 하늘만 바라보며 절전타령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당장은 전기를 아껴쓰는 것 말고는 전력난을 이겨낼 방법이 달리 없다. 가정과 기업 할 것 없이 냉방 온도를 1도만 높여도 규모가 큰 원전 1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아낄 수 있다니 해볼 만한 시도다. 원가를 밑도는 전기요금을 바로 잡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전력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나 우리만큼 전기를 펑펑 쓰는 나라도 없다. 1인당 전력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7배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석유로 만든 전기가 석유제품보다 되레 싸게 공급되니 헤프게 쓰는 소비 행태가 고착화된 것이다. 한전이 민간에서 사들이는 전기 요금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시장원리에 맞는 가격으로 공급하면 수요는 자연스레 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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