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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인터넷 세상의 거인 네이버의 역할
정석균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교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과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이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관련 업계로부터 전방위적인 비판의 역풍을 맞고 있다. 이는 네이버가 인터넷 무대의 필살기인 검색 툴을 기반으로 온라인 광고 뿐 아니라 부동산중개, 오픈 마켓, 문화콘텐츠 등 인터넷 상권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경제적 과실을 독식하다시피 한 결과로 해석된다.

인터넷 생태계의 기본 축은 네트워크와 콘텐츠다. 네트워크는 기간통신업체가 구축해 관리하고 있고 콘텐츠는 방송, 언론사와 수많은 중소 벤처업체들이 생산하고 있으니 “네이버가 특별히 한 것이 뭔데 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라며 불만을 토로할 만하기도 하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네이버는 국내 전체 데이터 량의 20%가 넘는 트래픽을 유발하지만 네트워크 확충을 위한 기여도는 이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며 무임승차(free-rider)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물론 네이버로선 하고 싶은 말도 많을 것이다. 일개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창의적인 서비스와 노력으로 글로벌 경쟁 업체의 견제를 이겨내고 외국자본으로부터 국내 IT시장을 지켜냈다. 또 인터넷쇼핑과 부동산정보 검색의 신뢰성을 높임으로써 국내 인터넷서비스의 양적, 질적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스스로의 몸집이 커지는 동안 그에 걸맞는 사회적 역할에 소홀했던 감이 있다. 과거 재벌기업과 비슷한 성장전략의 행태를 보이기도 하면서 상생의 아름다움보다는 경쟁의 미덕에 너무 치우쳤다.

누가 뭐라 해도 네이버는 인터넷 생태계에서 최대 수혜자이다. 인터넷 업계의 큰 형님답게 생태계 전체를 생각하며 선순환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데 앞장을 서야 한다. 자사의 이익을 넘어서 인터넷 시장 구성원 전체가 상생하며 조화롭게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인터넷 생태계에서 선두업계의 이러한 상생 노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어야 한다. 인터넷 생태계는 네트워크란 플랫폼에 기초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확충 개선이 필수이다. ‘편익수혜의 원칙’에 따라 네트워크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만큼, 그리고 ‘비용부담의 원칙’에 따라 트래픽을 유발하는 만큼 네트워크 확충 및 개선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최근 논의된 포탈시장 독점규제와 관련된 공정거래법 개정에서 더 나아가 네트워크 무임승차 문제도 전기통신사업법 등의 개정을 통해 정책적으로 보완해 인터넷 사업자간 상호협력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인터넷 초창기 시절의 일개 생산자가 아니라 국내 인터넷 생태계의 미래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거인이 되었다. 네이버가 인터넷 생태계의 거인으로서 태양과 같은 에너지원이 될 것인지, 아니면 모든 생물을 먹어 치운 후 스스로 자멸하는 포식자가 될 것인지 현명하게 선택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있는 듯 하다. 네이버가 ‘인터넷 공룡’이 아닌 ‘인터넷 거인’으로서 제 몫을 다하려고 스스로가 혁신하지 않는다면 네이버 자신은 물론, 한국 인터넷 생태계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을 것임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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