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특허괴물’ 미국의 두 얼굴
자국기업 애플은 감싸고 한국기업엔 잇단 특허訴 제기
소송으로부터 자국기업 보호
강력한 행정조치 발표했지만
정작 美 하이테크분야 기업들
삼성·LG 수입금지 요청 잇따라

한국기업, 美기업에 피소 급증
5년간 762건…전체의 75% 달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아이폰의 미국 내 수입 금지 결정을 내린 지난 6월. 미국 정부는 같은 달 특허괴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백악관은 미국 하이테크 기업을 난무하는 소송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행정조치를 발표했다. ITC는 소송을 제기한 기업이 미국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는지 철저히 가려내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그토록 견제하고 나선 특허괴물들이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국내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ITC에 지속적으로 수입금지를 요청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이폰 수입금지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같은 시기에도 국내 기업을 겨냥한 새로운 소송이 ITC에 제기됐다.

대통령까지 나서 애플을 지키는 사이 미국 특허기업들은 국내 기업을 상대로 소송 공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실제 최근 5년간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에 피소된 건수는 한국 기업의 제소건수보다 6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다는 미국의 특허소송 정책이 ‘그들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7일 ITC 법률 블로그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스트레이트패스(Straight Path) IP그룹은 지난 1일(현지시간) LG전자를 상대로 ITC에 수입금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이폰 수입금지에 거부권을 행사하기 딱 이틀 전이다. 소송 대상에는 LG전자 외에도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도 포함됐다.

스트레이트패스는 LG전자 등이 자사의 지점 간 무선 네트워크 신호를 주고받는 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스트레이트패스가 내세운 특허는 469특허, 704특허, 121특허로 총 3개다.

이 지식재산권(IP) 기업은 LG전자 등이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스마트폰, 스마트TV, 태블릿, e-리더, 블루레이 플레이어, 셋톱박스, 게임 콘솔 등 대부분의 IT제품이 해당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들 제품이 미국 내에서 판매될 수 없도록 ITC가 수입금지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또 다른 미국 특허기업 블랙힐미디어도 ITC에 삼성과 LG 휴대전화, 태블릿, TV 등 수입금지를 요청해 현재 ITC는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세계적인 특허괴물인 미국의 인터디지털도 올 초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 갤럭시S3 등이 자사 무선통신 특허 7개를 침해했다며 ITC에 수입금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기업을 조준한 미국 기업의 특허 공격은 최근 5년간 760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등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 6월까지 한국 기업의 피소건수는 1015건으로 이 중 미국 기업의 제소가 762건으로 전체의 75%에 달한다. 반면 한국 기업의 제소는 120건에 그쳐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에 피소된 건수가 6배 이상 많았다.

특히 미국 특허기업들의 연이은 수입금지 소송은 미 행정부가 아이폰 수입금지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맞물려 조명되고 있다. 

특허 침해가 인정된 애플 제품이 미국에서 계속 판매될 수 있도록 길을 연가운데, 추후 ITC가 삼성과 LG 제품에 수입금지 판정을 내릴 경우 미 정부가 똑같은 잣대로 거부권을 행사할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특허법인 변리사는“ 거부권 행사는 극히 이례적이라 국내 기업 제품 수입금지 판정날 경우 미 정부가 재차 거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럴 경우 미국의 자국 기업 편들기 논란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류정일ㆍ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