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에잇시티’6년째 제자리…빚만 수천억
이달말부터 개발완화…인천 용유·무의지구 복합도시 현장 가보니
경제자유구역 등 개발 기대감
일부선 사채 쓰며 투자했지만
신·증축 개발제한에 수포로

토지소유주만 1만명 육박
주민단체 “보상액 6조 규모”
구체적 보상안도 없어 발동동


인천 용유도에 사는 안현철(가명ㆍ58)씨는 현재 빚만 10억원이다. 토지 보상의 ‘환상’이 낳은 결과다. 10년 전 그의 땅(396㎡규모)은 3.3㎡당 800만원을 호가했다. 2003년 이곳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고 대규모 개발의 기대감으로 안씨는 2006년 10억원의 빚을 져 펜션과 식당을 지었다. 그의 땅값도 2003년부터 4년 간 30% 정도 뛰었다. 공시지가의 200%까지 보상한다는 소문에 보상금은 24억원까지 예상됐다.

그러나 6년간 사업은 삽도 뜨지 못했다. 당장 될것 같던 보상도 계속 미뤄졌다. 개발이 묶여 거래도 안됐다. 지금 안씨의 월 이자는 500만원이 넘는다. 현재 운영중인 식당수입(월 300만원)으론 모자라 최근엔 사채까지 썼다. 그는 “시세의 절반도 못 받는 경매가 유일한 거래수단”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1일 인천경제청과 (주)에잇시티가 맺은 여의도 면적 9.5배(80㎢), 사업비 317조원(마스터플랜 기준)의 용유ㆍ무의지구 복합도시 ‘에잇시티’ 기본협약이 해지됐다. 이달 말부턴 개발 행위도 완화된다. 그러나 현지 반응은 시큰둥하다. 구체적인 보상안이 없어서다. 거액의 빚을 지거나 투자손실을 본 주민들이 최대 1만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보상 요구액도 천문학적이다.

7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용유도 을왕동 일대는 을씨년스러웠다. 1999년 일부지역 관광단지 선정, 2008년 에잇시티사업지 지정 등으로 최장 14년 간 신ㆍ증축 등 개발행위가 막힌 탓에 곳곳엔 빈 건물이 허다했다. 3년 넘게 주민보상을 촉구해 온 용유ㆍ무의 토지주 생존권 회복위원회 관계자는 “개발이 제한되며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은 주민과 외지인을 합친 토지소유주는 1만 명 가량”이라고 주장했다. 

여의도 면적의 9.5배, 총 사업비 317조원의‘ 에잇시티’사업 기본협약이 해지돼 이달 말부턴 개발행위가 대폭 완화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보상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투자손실을 본 주민들이 1만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보상 요구액도 천문학적이다. 사진은 개발행위가 묶인 인천 용유도의 빈 건물.

지난달까지 에잇시티 사업의 시행자였던 (주)에잇시티 집계에 따르면 이들의 채무 총액은 지역 2금융권(1000억∼1300억원)과 시중은행(2000여억원)을 합쳐 3500여억원에 이른다. 한 달 이자만 20여억원, 1인당 평균 200만원 꼴이다.

이곳 주민단체들은 총 보상액을 6조원 정도로 집계했다. 토지소유주ㆍ주민의 개발ㆍ토지용도 제한으로 매매거래가 무산됐고 건물 등이 헐값에 경매되면서 손해 본 투자액을 합쳐야하기 때문이다. 이를 1만명으로 추산할 땐 1인당 6억원 꼴이다. 주민 수를 인천경제청 집계기준인 5300여명(주민등록 상)으로 추산하면 1인당 피해액이 11억원에 이른다. 이는 현재 용산 국제업무개발지구사업 무산과 관련,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 준비중인 서부이촌동 주민 1인당 청구액의 3배가 넘는 액수다.

이 중엔 무리하게 빚을 내 땅이나 건물을 사들인 외부 투자자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한 명의 빚은 250억원에 달했다. 인근 주민들은 “인근 호텔건물을 사들여 보상을 계획하다 고스란히 빚이 됐다”고 전했다. 외지인들은 조금이라도 가치를 올려 보상 받기 위해 공시지가의 3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무릅쓰고 개발행위를 강행했다. 이들이 인천시에 내지 못한 ‘이행강제금’도 700여건, 60억원에 이른다. 실제 용유도엔 이같은 불법건축물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거래가 불가능해지자 8∼9년 전 80여개에 달했던 주변 공인중개업소도 현재 세 곳만 남았다. 과거 용유도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했던 한 공인중개사는 “거래도, 보상도 안되니 경매가 주민들의 유일한 재산권 행사수단”이라며 “인천 경제청과 시행자 모두 사업을 너무 오래 끌었다”고 말했다.

인천= 윤현종 기자ㆍ강대한 인턴기자

/factis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