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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기자가 본 부동산 시장의 '민낯'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ㆍ박영서 인턴기자] 여름에 들어온 대학생 인턴기자와 지난 한달간 부동산 이슈를 찾아 취재현장을 다녔습니다. 한때 집 값이 급등해 ‘버블세븐’으로 불리던 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등에서부터 세종시 이전으로 집값이 폭락한 과천, 서울 뉴타운 사업의 대표지역인 은평뉴타운과 가재울뉴타운 등 꽤 많은 지역을 둘러봤습니다.

보통 인턴기자는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연령대다보니 ‘집’에는 관심만 많을 뿐 (관련학과 전공자가 아닌 이상) 부동산시장은 잘 모르거나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학생 기자가 보기에도 표면에서 비춰진 시장 모습과 취재를 하며 느낀 내부사정은 확연히 달랐던 모양입니다. 통상 7월은 거래가 안돼 비수기로 통하는 특수성이 있었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고 인턴기자는 전합니다. 아래는 인턴기자가 체험한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의 민낯입니다.

2013년 7월 oo일

중개업소마다 유리벽 게시판엔 온통 ‘급매’, ‘급급매’ 라고 표시된 매물만 가득하다. 요즘 부동산 시장은 고사직전의 갈수기(渴水期)에 가까운것 같다.

공인중개사무소 여러곳을 다녀봤지만 주택을 거래했다는 말은 거의 듣지 못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집값은 하락하고, 집값이 떨어지니 집 사려는 사람은 더욱 망설여지고. 악순환이다. 

헤럴드경제 박영서 인턴기자가 지난 1일 서울 잠실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가 아파트 시세를 취재를 하고 있다.

며칠 전 취재 차 찾아간 분당 등 1기신도시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논의 지연으로 사실상 거래가 멈춰섰다. 물론 시세도 하락중이다. 부동산 정책이 매끄럽지 않아서 나타난 또 다른 피해자인 셈이다. 상반기 집값이 올랐다는 지역도 현장에선 ‘착시현상’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내놓은 4.1 부동산 대책의 수혜주라고 생각한 강남권 최대 재건축 단지 중 하나인 은마아파트 주변을 찾아가 봤다. 그런데 은마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에서 들은 첫 마디는 “여기 한 시간만 있어 보세요. 4.1 대책 소리가 나오나. 거래절벽입니다”였다. 가는 곳 마다 한시적 취득세 감면 조치로 4∼5월 거래가 반짝 이루어졌지만, 6월 부턴 거래가 뚝 끊겼다는 소리만 잔뜩 들었다.

대치동 은마상가의 한 중개업자는 “전용면적 76㎡는 급매 시세가 5월에 비해 6000만원가량이나 떨어졌지만 찾는 사람은 없다”고 잔뜩 울상만 지었다. 부동산 경기가 어려우니 ‘동네장사’인 부동산중개업소는 당연히 힘들 것이다. 중개사 사장님도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인데 수입이 거의 없다고 하니 걱정스럽다.

대표적인 리모델링 추진 단지로 꼽히는 분당 느티마을에선 6월 국회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 논의가 무산됐다며 실망감이 컸다고 아우성이다. 느티마을 리모델링 추진위의 한 관계자는 “이미 3∼4년을 기다려왔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느냐”고 하소연만 잔뜩 늘어놓는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도 “여전히 제도가 불확실하니 리모델링 인기가 좋아질 리 없다”며 푸념도 한보따리다.

통계가 주는 ‘착시현상’도 느낄 수 있었다. 6월까지 집값 상승률 0.8%로 수도권 시ㆍ군 가운데 가장 많이 오른 경기 과천 역시 실제 상황은 달랐다. 일부에선 여전히 ‘정부종합청사 이전’의 쇼크를 벗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워낙 낙폭이 컸던 터라 지표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착시현상’이라고 인근 중개업자들은 말했다.

과천시 별양동 B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이 일부 소진되면서 가격이 조금 움직인 걸 집값이 올랐다고 생각해선 안된다”며 “20년이 넘게 중개업소를 운영하며 이렇게 어려운 적은 처음”이라고 말하며 연신 한숨만 쉰다.

부동산 전문가들마다 들려주는 이야긴 온통 ‘침체’를 확인하는 것뿐이다. 심지어 어떤 공인중개사는 인터뷰 자체도 귀찮다고 손사래를 치는 경우도 봤다. 부동산 경기가 죽었는데 무슨 인터뷰냐는거다.

어떤가요? 물론 인턴기자가 한 달 간 현장에 있었다고 해서 주택시장 전체를 꿰뚫진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시장의 메시지를 만족스럽게 반영치 못하고 있는 분위기만은 정확히 본 듯 합니다

50일을 넘긴 지루한 여름 장마가 사실상 끝났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길고 긴 ‘갈수기’는 언제쯤 끝날까요.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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