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6일 개막 두달간 20개국 358명 참석
폴 스미스 등 해외 거장 작품 600점 전시
미학보다 산업화 무게…디자인가치 재조명


흔히들 ‘디자인’ 하면 매끄러운 자동차 디자인이나 예쁜 화장품 용기 정도만 생각한다. 그러나 디자인은 어디에나 적용 가능하다. 농사처럼 디자인과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영역도 참신한 디자인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버스승강장 디자인도 가능하며, 쓰레기봉투 디자인도 가능하다. 또 폐자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디자인, 버려진 앞마당의 디자인 등등 디자인의 세계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이들 영역이 참신한 디자인과 만날 경우 그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하게 마련이다. 오는 9월 6일 개막하는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이처럼 디자인의 새 영역에 도전한다. 11월 3일까지 광주시 일원에서 ‘거시기 머시기(Anything, Something)’를 주제로 개최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는 총 20개국에서 358명의 디자이너가 주제전, 본전시, 특별전에 총 6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일본이 낳은 건축거장 구마 겐코와 런던디자인미술관 관장인 데얀 수딕, 비비안 웨스트우드, 폴 스미스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참여한다. 올해는 5회째를 맞아 딱딱한 미학적 담론에서 벗어나 디자인의 산업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실제로 유통 가능한 제품 개발이 대거 진행되며, 동시대 디자인산업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거장과 유망주들이 망라됐다. 이영혜 총감독은 “‘거시기, 머시기’는 디자이너에게 ‘것이기, 멋이기’로 읽힐 수 있다. 일상의 보편적인 ‘것’을 사용자의 취향과 특성을 감안해 창의적인 ‘멋’으로 만들어내는 게 곧 디자인”이라며 “이번 비엔날레는 지역과 국가경제 발전을 이끌 디자인의 경제적 부가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공공디자인과 ‘착한 디자인’을 제시함으로써 시민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이끄는 채널로서 ‘디자인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600점 중 가장 화제를 모을 프로젝트 10을 살펴본다.


①우리 전통을 현대 맥락으로 푼 ‘거시기 머시기’=올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주제인 ‘거시기 머시기’를 Old & New(올드 & 뉴)의 맥락으로 푼 주제전 프로젝트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김백선은 한지와 목재로 대형 공간을 조성한 뒤, 그 속에 일상에서 우리 겨레와 함께해온 200여점의 디자인을 전시한다. 옛 물건의 실용적 의미를 뛰어넘어, 그 물건이 품고 있는 디자인적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자리다.

②담양의 대숲 쌀을 조명한 싸전 디자인=특별전인 ‘농사와 디자인’ 중 강신재와 최희영 두 디자이너는 곡창지대인 호남의 쌀을 주제로 ‘싸전 디자인’을 시도한다. 대나무 숲의 따사롭고 청명한 햇살을 받고 자란 담양 쌀의 우수성을 모던하고 절제된 공간 구성을 통해 강조할 예정이다. 대숲 사이에 스며든 빛의 디테일과 감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냄으로써 담양 쌀의 청명함을 부각시키게 된다.

서울 가로수길에 싱그런 정원 카페를 선보였던 건축가 최시영이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야외광장에 선보일 정원. ‘밭을 디자인하다’라는 콘셉트 아래 다양한 녹색식물과 화초를 심고, 팔레트와 폐천막으로 아늑한 쉼터를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힐링을 선사할 예정이다.                                                                                                                          [사진제공=광주디자인비엔날레]

③광주ㆍ전남지역 10개 쌀 브랜드의 패키지=신예 디자이너들로 결성된 조선대 유니버설패키지디자인센터(센터장 김남훈 교수)는 광주ㆍ전남이 ‘자랑하는 10개 쌀 브랜드의 현재의 획일적인 디자인과 새로 제안한 패키지디자인을 나란히 전시한다. 또 최근 들어 1인, 2인 가정이 늘고 있는 점에 착안해 손에 쏙 들어오는 깜찍한 쌀 패키지도 개발 중이다. 이들은 250g짜리 쌀 패키지를 관람객 6만명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노현욱 연구원은 “쌀 소비가 날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호남의 명품 쌀을 차별화된 소량 패키지로 선물해 수요를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④이제 정원, 밭도 디자인 시대=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최시영은 ‘밭을 디자인하다’라는 주제로 비엔날레전시장 야외광장에 팔레트와 폐천막으로 정원을 연출한다. 그동안 비엔날레 광장은 썰렁함이 감돌았는데, 이번에 녹색의 식물과 어린이 놀이터가 곁들여진 정원이 생기면 한결 싱그런 초입이 될 전망이다. 최시영팀이 내건 슬로건은 ‘도심에서의 착한 취미-슬로우 라이프’이다.

⑤스포츠와 디자인의 상관관계 탐구한 런던발 디자인=지난해 7~11월 영국 런던디자인뮤지엄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Designed to Win(승리를 위한 디자인)’전이 광주를 찾는다. 현대의 스포츠와 디자인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전시로, 디자인이 단순히 제품의 외관에만 관계가 있는 게 아니라 기능적ㆍ안전성ㆍ성능적 측면에서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실증적인 전시다. 영국 런던의 어번 살롱(Urban Salon) 대표인 알렉스 모왓이 디렉팅한 전시이다.

⑥일본 출신의 스타건축가 구마 켄코의 공간실험=대나무를 이용한 부드러운 건축으로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구마 켄코는 비엔날레 전시관을 잇는 브리지를 숨쉬는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대나무를 연결한 특유의 공간연출로 삭막했던 연결램프엔 생명의 활기가 가득 찰 전망이다.

⑦장인과 디자이너 협업 통해 공예의 산업화 모색=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손재주가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무형문화재 제도로 이를 잇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솜씨와 작품이 현대의 소비자에게 선택되려면 지금 활약하는 디자이너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감각과 실용 면에서 오늘날의 호흡이 가미되어야 하는 것. 아트디렉터 손혜원은 10명의 장인과 10명의 디자이너를 연계해 수공예 및 목공예, 나전칠기 등을 선보인다.

⑧남북한 동시입장을 기원하는 국기 디자인=국제 스포츠대회에서 남북한이 동시 입장할 때 쓰였던 푸른색의 한반도기를 좀 더 역동적인 새 국기로 바꿀 순 없을까. 이에 착안해 아트디렉터 강철은 국내외 디자이너 80명에게 남북한을 아우를 국기를 디자인하게 했다. 광주서 열릴 ‘2015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남북한 동시 입장을 기원하고, 통일한국의 국기를 미리 디자인해본다는 취지의 이 프로젝트는 관람객이 응모작 중 1개의 디자인을 투표하도록 할 방침이다. 

못쓰게 된 포크를 활용한 양영완교수의 촛대. 업사이클링 디자인의 한 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디자이너 황승준이 광주시 버스승강장을 위해 제시한 디자인. 남도의 유서깊은 맛집 식탁도 스타일리스트들에 의해 새롭게 셋팅된다. 메론 농가를 위한 패키지. 세련된 농사 디자인은 높은 부가가치 창출한다.

⑨광주 택시기사 유니폼을 디자인하라=광주 출신의 패션디자이너 장광효를 비롯해 우영미, 간호섭 등 5명의 디자이너는 광주 택시기사 유니폼을 제안한다. 공공디자인의 한 형태로 택시기사 유니폼을 디자인해 전시하고, 관람객들 투표로 선정된 디자인은 실제 사용될 예정이다.

⑩광주 유명 맛집 식탁도 스타일리시하게 세팅한다=노영희 신경옥 조은숙 등 스타일리스트들은 광주지역 유명 맛집의 식탁을 디자인한다. 음식맛은 매우 뛰어나지만 그릇이며 식탁에 디자인적 배려가 없던 것을 세련되고 통일성있게 바꾸기 위해 5명의 스타일리스트들은 5곳의 식탁을 세팅 중이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