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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 “박인비도 사람이더라”
“(박)인비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네요.”

4일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 올드 코스에서 열린 브리티시 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스테이시 루이스의 말이다. 박인비의 질주가 멈춘데 대한 안도와 기쁨이 섞인 표현이지만 그만큼 한 해에 네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역설적으로 대변해준다. 신들린 샷으로 우승탑을 쌓아올리며 역사적인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눈앞에 둔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도전이 아쉽게 4일 막을 내렸다.

최대 시속 60km에 이르는 강풍에 맞서 ’역전의 여왕'의 기세를 기대했지만 박인비는 짖궂은 날씨에 속절없이 흔들리며 주저앉았다. 박인비는 4라운드 첫홀부터 더블보기를 하며 집중력을 잃고 6오버파로 경기를 마쳤다. ‘컴퓨터 퍼트’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정확한 퍼트 실력을 자랑하는 그였지만 퍼 퍼트도 나왔다. 최종합계 6오버파 294타,공동 42위였다. 우승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는 14타 차다.

박인비는 대회 전 “올해 우승을 한 번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이 브리티시 오픈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을 만큼, 역사적인 위업 달성을 놓친 아쉬움이 컸다. 경기를 마친 뒤, 그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려면 날씨도 제 편이 돼야 하는데 이번엔 아니었던 것 같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2라운드에서는 바람이 불지 않던 오전 조와 달리 박인비가 나오자 바람이 심술을 부렸다. 그것도 앞이나 뒤로 부는 바람이 아니라 옆바람이어서 공을 핀으로 보내는게 만만치 앟았다.

엄청난 강풍 속에 진행된 3라운드의 출발은 밝았다. 4번 홀까지 1타를 줄이며 상승세를 타며 좋은 징조를 보였다. 그러나 대회 주최측이 경기를 중단시켰고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보살 같은 미소’와 흔들림 없는 평정심을 자랑하는 박인비지만 사실 이번 대회의 심적 부담은 컸다. 국민들의 지지와 전세계 골프팬들의 주목, 미디어의 집중 등 사실상 오로지 박인비에게 초점이 맞춰진 대회였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박인비 스타일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긍정마인드는 여전했다. “결과를 떠나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는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 해봤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대회도 잘 치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기회는 남았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9월 에비앙 마스터스다. 박인비는 에비앙 마스터스가 메이저 대회가 아니었던 지난해 우승한 경험이 있다. 에비앙에서 우승하면 메이저 4승, 그랜드슬램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박인비의 도전은 계속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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