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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목들’, 수하와 혜성때문에 행복했다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복합장르다. 실패하면 다 무너지고 성공하면 각 장르적 특성을 합친 만큼의 성취가 가능해진다. 물론 ‘너목들‘은 후자다.

‘너목들’은 실제 10살 차이인 이종석(박수하 역)과 이보영(장혜성 역)이 서로 같이 있는 것을 보고 싶게 만드는 것만도 성공한 것이다. 둘은 ‘이모와 조카‘ 느낌이 나지않게 자연스레 연상녀 연하남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이종석은 앵클에 따라 클로즈업을 하면 앳된 모습, 아이 같은 모습이 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가족)을 잃고도 ‘짐승’이 되지 않고 ‘인간‘을 보게 되는 성장을 이루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또 자신이 지켜주어야 할 혜성과 함께 함으로써 ‘어른’이 된 것이다.

수하가 혜성을 안아올릴 때도 멋있었지만, 마지막회에 둘이 웃으며 달달한 키스를 나눌 때도 멋있었다. 물론 이보영의 결혼 발표로 이 판타지의 여운이 잠깐 흔들렸지만 극중 수하와 혜성 커플은 기분좋은 결합이다.


뿐만 아니라 ‘너목들‘은 주제의식 또한 분명했다. 다양한 장르를 물흐르듯 봉합해낸 실력도 인정해야겠지만, 그 장르들을 가지고 끌고가는 방향성 또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 드라마는 소통에 대한 이야기다. 억울하게 가족을 잃었던 두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은 원래 똑 같이 ‘사람’이었다. 한 사람은 복수의 화신이 돼 사람을 죽이며 ‘짐승’처럼, ‘악마‘처럼 살았다. 복수해야 할 사람을 흥분시켜 ‘짐승‘처럼 만들 전략을 지니고 있었다. 또 한 사람은 같은 일을 당하고도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전자는 민준국(정웅인)이고 후자는 박수하다.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는냐 없느냐의 차이다. 민준국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었고, 박수하에게는 있었다.

살인범 민준국이 재판직전 자신의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사 차관우(윤상현)의 “여기서 사형 선고받으면 우리 쪽에서 항소할 것”이라는 말에 “우리 쪽?”이라며 회한에 찬 표정을 짓는 모습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 느낌이 회개의 시작점이다.

장혜성의 모친이 민준국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혜성에게 했던 말, ”너를 질투하는 사람을 질투하지 말라. 어여삐 여기고 가엽게 여겨라”도 기억에 남는다. 나의 소중한 시간을 사람을 미워하는 데 쓰지말라는 말은 말과 글이 갈수록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인터넷 시대에 더욱 공감을 얻는다.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짐승’이 되는 순간부터는 복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아니라, 문제의 시작이 될 뿐이다. 용서와 연민과 화해가 성숙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수하와 혜성은 서로 그렇게 해야할 이유와 명분을 제공해주는 존재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연주시에서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고 싶다.(또 이보영과 지성은 서울시에서 잘 살고)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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