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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든탑 무너질라” 위기감…‘안전불감증’ 일벌백계로 경종
‘ 물탱크 사고’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전격 경질…삼성 초긴장 모드
이건희 회장 후진적 사고에 격노
10월말까지 전사적 안전망 확보

체육시설 개방 등 국민과 소통이어
초일류기업 걸맞는 ‘안전相生’ 병행


“이건희 회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세 가지다. 거짓말과 무책임, 그리고 거기에 얹어진 불감증이다.”(삼성 전직 사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격노했다.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를 경질한 것이다. 경영책임 일선에 있는 계열사 사장이 경질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행간이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 대표의 경질은 삼성정밀화학 공사장에서 물탱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난 데 따른 ‘문책’이다.

하지만 읍참마속 일련의 과정이 신속하고, 그 방향성이 뚜렷하다는 데 삼성 내부는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이 회장이 37일간의 일본과 유럽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 닷새 만이다. 사흘 전인 지난달 30일 이 회장은 모처럼 출근해 업무보고를 받았고,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암모니아 누출 사고와 삼성정밀화학 부지 물탱크 사고 등 최근 잇달아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사고에 대해 “어떻게 (삼성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후진적인 환경안전 사고는 근절해야 한다”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광석화처럼 삼성엔지니어링 대표 경질과 박중흠 전 부사장의 후임 인사, 삼성의 총체적인 안전대책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폭풍 같은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이 회장이 12월 정기인사에서 수시인사 흐름으 로 전환한지는 꽤 됐지만, 고강도 문책이 실행되면서 삼성 내부에는 또 언제 책임성 인사가 있을지 몰라 당황스런 분위기다. 특히 삼성정밀화학 사고에 대해선 향후 책임이 발견될 때는 누구나 문책할 수 있다고 한 점에서 관련 회사들은 좌불안석이다. 


특히 사흘 전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이 출근해 내부를 다진 것은 “흐트러지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는 행간이 엿보였다는 점에서 당분간 삼성 내부는 전열 재정비의 고삐를 죄는 국면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격노는 ‘안전 불감증’에 대한 체질적인 거리두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품질과 안전강화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다”며 “그 옛날 품질에 문제가 있는 휴대폰을 불사르라고 지시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삼성의 일련의 사고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후진적 사고로 (글로벌 기업의) 공든탑을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저력과 이미지가 후진적 사고로 인해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계심이다.

이 회장이 예외적으로 사고에 대해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표하고, 곧장 강력한 인사카드로 조직에 ‘안전코드’를 이식한 것은 이런 철학과 관련이 커 보인다.

삼성이 이날 인사와 함께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 회장의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우선 ‘삼성 안전관리 스탠더드’를 제정, 10월 말까지 각 계열사에 배포하는 등 전사적인 안전망 확보에 나선다.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이 회장이 이번 안전사고에 따른 이미지를 회복하고, 글로벌기업 위상에 맞는 경영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 ‘지역민과 사회와의 소통’, 즉 진화된 상생에 나섰다는 점이다.

일부 일반인이 성역으로 비판하던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의 체육시설을 주민에게 개방한 것은 작지만, 큰 상징성을 지녔다는 분석이다. ‘삼성만의 삼성’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삼성’으로의 본격적인 전환점을 지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특유의 카리스마로 수시인사 타이밍 간격을 점점 좁히고 있다는 것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초일류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선 불순물 격인 후진적인 시스템을 제거, 순도가 높은 정제된 1등 시스템을 완전히 장착해야 한다는 점에 고민하면서 예전과 다른 ‘독한 구상’의 실행에 들어간 것 같다”고 풀이했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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