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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주하는 순간이 진짜 위기’…변곡점 순간마다 긴급처방
李 회장 초강수 인사카드 왜?
“후진적 사고는 일류기업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휴가 기간 중인 8월에 계열사 사장의 전격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데는 ‘환경과 안전을 삼성그룹의 DNA로 반드시 자리잡게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의 하나로 올라선 삼성에 환경과 안전 분야에서의 실책은 그 어떤 문제보다 큰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이번 기회에 ‘안전경영’을 그룹에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차원이다.

특히나 삼성전자의 불산 누출 사고 이후 그룹 차원에서 수조원을 들여가며 의욕적으로 전방위적인 환경ㆍ안전 강화 활동을 벌여오던 상황에서 이 같은 사고가 또 발생한 만큼, 경영진을 비롯한 조직 전체에 긴장감을 확실히 불어넣기 위한 조치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이 회장은 과거에도 문제가 발생할 때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책임자를 단순 문책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 전체에 새로운 문화와 시스템이 자리잡는 것을 요구했다. 지난 2011년 삼성테크윈에서 부정이 발생했을 때도, 해당자들에 대한 처분을 넘어 전 계열사에 감사팀이 대폭 강화되고 쇄신의 바람이 몰아쳤다.

과거를 돌아보면 ‘변곡점’의 순간엔 항상 이 회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선도적이면서도 가감없고 명확한 이 회장만의 화법으로 조직에 새 화두를 던지고 변화를 주문했다. 이른바 이회장의 ‘OO경영’이다. 그 후엔 항상 삼성의 체질이 변했다.

오늘날 ‘글로벌 삼성’의 출발점이 되는 1993년의 ‘신경영’ 역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짧은 문구에서 출발한다. 프랑크푸르트선언으로 알려진 이 문구는 국내 1위라는 낡은 타이틀에만 취해있던 삼성에 ‘세계 1위’ ‘품질 절대주의’라는 강력한 목표를 주입시켰다.

2002년 내세웠던 ‘인재경영론’에서도 이 회장만의 화법이 묻어난다. “천재 한사람이 10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온다” “사장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인재를 스카우트하라”는 짧지만 강한 메시지는 삼성그룹 전체에 새로운 인사시스템과 성과주의 등을 뿌리내리게 했다. 한국 사회에 만연된 구태의연한 학벌주의, 연공서열주의, 성차별 등을 탈피해 성과를 내고, 진취적인 도전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변신하는 계기가 됐다.

2006년에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두에서 험난한 여정을 걸어야 한다” “항상 새로운 생각으로 남들이 안하는 창조적 경영을 펴야 한다”는 말로 창조경영의 화두를 그룹에 던졌다. ‘성실한 패스트 팔로어’에만 머물러있던 삼성전자에 던져진 “이제는 스스로 길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는 이 회장의 강력한 메시지는 삼성전자를 반도체ㆍTVㆍ휴대전화 시장의 지배자로 성장시킨 동력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산업을 리딩하고, 새 시장을 만들어내는 법을 체득한 시기이기도 했다.

2010년에는 “지금이 진짜 위기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5대 신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해 기회를 선점하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위기경영’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도 선전하고 있던 삼성에 더 멀리 길게 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영속할 수 있는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성과에 취해있기보다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도 이 회장은 톤을 높였다. 삼성전자가 기록적인 실적행진을 하던 와중에 “정신을 안 차리면 금방 뒤지겠다는 느낌이 들어 더 긴장된다”는 말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래서 이번에 내세운 ‘안전경영’의 화두가 무게감이 커 보인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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