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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떨리는 기막힌 첩보·방첩…‘신의 주먹’더위도 날린다
추리작가협회장이 추천하는 여름에 읽을만한 추리소설
걸프전 침투한 행동대원 스토리
손에 땀을 쥐게하는 반전에 반전
프레데릭 포사이드의 첩보 스릴러물

민사사건 엮은 존그리샴의 법정물
땀냄새 나는 코넬리의 형사법정물
추격 뒤쫓다보면 온몸이 짜릿


추리소설은 애초부터 재미를 위하여 쓰인 소설이다.
별다른 사건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19세기, ‘밀실에서 살인 사건이 터지고 누가 어떻게 살인을 하고 사라졌을까’가 뼈대인 에드가 앨런 포의 추리 소설이 발표됐을 때 문학성을 중시하던 당시 풍토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이후 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 같은 거장이 나오면서 추리소설을 재미있는 소설로 활짝 꽃 피웠다.

그러나 오늘날 거의 매일 흥미진진한 사건으로 신문 지면이 미어터지는 때에 이런 밀실 살인 사건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밀실 살인이란 사실 존재할 수 없는 것을 작가에 의하여 밀실 살인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럴 듯하게 보이게 하는 비법이 바로 트릭이다. 그러나 추리 마니아가 아닌 한 존재할 수 없는 밀실 트릭 풀기에 매달리는 독자는 요즘 많지 않다.

필자도 어렸을 때는 명탐정 셜록 홈스나 괴도 루팡에 열광하였지만 요즘은 이런 작품들은 거의 읽지 않는다. 이런 작품에서 재미를 얻기보다는 지루함을 더 느끼기 십상이다.

요즘 주로 읽는 추리소설은 존 그리샴의 법정물, 마이클 코넬리의 형사 법정물, 그리고 프레데릭 포사이드의 첩보 스릴러물이다. 육영수 여사 저격범인 문세광이 읽었다는 ‘자칼의 날’로 유명한 프레데릭 포사이드는 이제 나이가 들어 작품 활동이 뜸해졌지만 작품의 질을 놓고 볼 때 현대 추리 문학에서는 불세출의 거장이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픽션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사건을 진행해나가는 것이 프레데릭 포사이드 작품의 특징이다. 실제 각국의 현역 첩보원들도 첩보의 비법을 익히려고 읽는다는 것이 그의 작품이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신의 주먹’이다. 

실제 각국의 현역 첩보원들도 첩보의 비법을 익히려고 읽는다는 프레데릭 포사이드의 첩보 스릴러물인 ‘신의 주먹’은 한여름 추리소설로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틈바구니에서 벌어지는 첩보전을 써오던 작가가 소련이 붕괴되면서 소재를 잃게 되자 중동으로 눈을 돌려 쓴 작품이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미국 등 연합군과 이라크 간의 첩보전 그리고 쿠웨이트 전쟁판에 침투한 행동대원의 이야기이다. 이라크는 연합군을 위협할 최후의 병기를 숨겨 놓고 있었는데 연합군은 이에 대한 정보 접근이 불가능했다. 비밀 병기가 무엇이고 어떤 위력을 가지고 어디에 숨겨놓았는지.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다. 폐쇄된 이라크 권력층에 고급 정보를 얻을 만한 스파이를 침투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마 우리 북한을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런 단절된 사회 구조에서는 인간 정보원을 심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속만 끙끙 앓을밖에. 그런데 이라크 고위층 내부에서 정보를 주겠다고 비밀리에 접근을 시도한다. 물론 돈을 받는 전제하에. 당연히 이런 경우 역정보 가능성도 농후하다. 믿어야 되나 말아야 하나. 이쪽을 안심시키려 하는지 초기에 준 몇 개의 정보는 정확하다. 그래도 수상쩍기는 마찬가지.

정보 거래가 계속되면서 이라크 방첩부대에서도 정보가 새 나가는 것을 알아차리고 내부 첩자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정보와 역정보, 첩보와 방첩 살 떨리는 상황이 계속된다. 정보원의 정보 전달 방법도 프레데릭 포사이드 작품답게 절묘하다. 결국 이라크 비밀 병기도 알아내고 이야기는 결론을 향해 달려간다. 마지막으로 이라크 정보원이 누군지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반전이 없거나 미미하면 추리소설의 격이 떨어진다. 거장은 반전도 치밀하게 구성해 독자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 여름밤에 추리 소설을 읽는 것은 긴장과 스릴, 그리고 바로 이 반전 때문일 것이다. 포사이드는 장편뿐 아니라 단편들도 모두 일품이다.

존 그리샴의 소설은 포사이드 작품에 비하여 현장감은 떨어진다.

하지만 미국의 법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잘 엮어나가 작품 하나하나 술술 읽히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작품은 형사 사건만 다루지 않고 민사 사건도 많이 등장한다. 미국 형사 법정 안팎의 인간들 땀 냄새까지 맡게 하는 것은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이다.

혹 이번 여름에 추리 소설을 읽어보려 한다면 위 작가들의 작품을 고르면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강형원(한국추리작가협회 회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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