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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기석 경질로 삼성에 부는 폭풍 긴장감...이건희 회장 “용납할 수 없는 후진적사고, 공든탑 무너뜨린다”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이건희 회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세가지다. 거짓말과 무책임, 그리고 거기에 얹어진 불감증이다.”(삼성 전직 사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격노했다.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를 경질한 것이다. 경영책임 일선에 있는 계열사 사장이 경질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행간이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 대표의 경질은 삼성정밀화학 공사장에서 물탱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난 데 따른 ‘문책’이다.

하지만 읍참마속 일련의 과정이 신속하고, 그 방향성이 뚜렷하다는 데 삼성 내부는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이 회장이 37일간의 일본과 유럽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지 닷새만이다. 사흘전인 지난달 30일 이 회장은 모처럼 출근해 업무보고를 받았고,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암모니아 누출 사고와 삼성정밀화학 부지 물탱크 사고 등 최근 잇달아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사고에 대해 “어떻게 (삼성에)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후진적인 환경안전 사고는 근절해야 한다”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광석화처럼 삼성엔지니어링 대표 경질과 박중흠 부사장의 후임 인사, 삼성의 총체적인 안전대책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폭풍 같은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이 회장이 12월 정기인사에서 수시인사 흐름으로 전환한지는 꽤 됐지만, 고강도 문책이 실행되면서 삼성 내부에는 또 언제 책임성 인사가 있을지 몰라 당황스런 분위기다. 특히 삼성정밀화학 사고에 대해선 향후 책임이 발견될때는 누구나 문책할 수 있다고 한 점에서 관련 회사들은 좌불안석이다.

특히 사흘전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이 출근해 내부를 다진 것은 “흐트러지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는 행간이 엿보였다는 점에서 당분간 삼성 내부는 전열 재정비의 고삐를 죄는 국면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격노는 ‘안전 불감증’에 대한 체질적인 거리두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품질과 안전강화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다”며 “그 옛날 품질에 문제가 있는 휴대폰을 불사르라고 지시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삼성의 일련의 사고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후진적사고로, (글로벌기업의)공든탑을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저력과 이미지가 후진적 사고로 인해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계심이다.

이 회장이 예외적으로 사고에 대해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표하고, 곧장 강력한 인사 카드로 조직에 ‘안전코드’를 이식한 것은 이런 철학와 관련이 커 보인다.

삼성이 이날 인사와 함께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 회장의 이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우선 ‘삼성 안전관리 스탠더드‘를 제정, 10월말까지 각 계열사에 배포하는 등 전사적인 안전망 확보에 나선다.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이 회장이 이번 안전사고에 따른 이미지를 회복하고, 글로벌기업 위상에 맞는 경영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 ‘지역민과 사회와의 소통’, 즉 진화된 상생에 나섰다는 점이다.

일부 일반인들이 성역으로 비판하던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의 체육시설을 주민에게 개방한 것은 작지만, 큰 상징성을 지녔다는 분석이다. ‘삼성만의 삼성’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삼성’으로의 본격적인 전환점을 지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특유의 카리스마로 수시인사 타이밍 간격을 점점 좁히고 있다는 것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초일류기업을 유지하기 위해선 불순물 격인 후진적인 시스템을 제거, 순도가 높은 정제된 1등 시스템을 완전히 장착해야 한다는 점에 고민하면서 예전과 다른 ‘독한 구상’의 실행에 들어간 것 같다”고 풀이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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