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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만은 울고싶다...몸집 불린 선박에, 항만도 울며 겨자먹기 ‘살 찌우기’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전 세계 항만이 때아닌 ‘살 찌우기’ 경쟁 중이다. 선박의 크기가 날로 커지니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항만의 크기도 덩달아 커져야 하기 때문. 항구의 수심을 깊게하고, 컨테이너를 실어나르는 크레인의 몸집을 키우고, 선박이 접안하는 선석을 더욱 길고 크게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아직도 물동량이 회복되지 않고, 해운업 불황이 지속되는데 몸집부터 불려야 하다보니 항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전세계 최대 물량이 몰리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영국 펠릭스토, 독일 브레멘하벤 등 이른바 유럽 주요 항만 ‘빅3’는 최근 1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으며 항만 설비 대형화에 나서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의 경우 지난 5월 약 20억 달러, 우리 돈 약 2조원을 투자해 한번에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 선적량을 확대했다. 로테르담 항내에 있는 APM터미널은 선박에 컨테이너를 선적할 때 사용되는 컨테이너크레인을 최근 머스크사의 Triple-E급(1만8000TEU)선박 규모에 맞게 대형화했다. 크레인의 아웃리치(Out reach. 해측 레일에서부터 붐 끝단까지의 작업 가능 거리)가 72m다. 1만TEU급 선박을 기준으로 한 기존 크레인이 67m, 파나막스급은 37m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더 길어졌다.

펠릭스토 등 영국의 주요 항만들도 최근 초대형 선박 유치를 위해 15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신형 크레인 설치 및 주변 수로 준설을 통한 수심 확보 등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대표 항만인 말레이시아 탄중펠레파스항은 최근 8대의 신형 크레인을 설치했다.

국내 항만들도 대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물동량을 소화하는 부산신항은 일찍부터 초대형 선박 유치를 위해 설비 대형화를 추진해왔다. 일단 수심이 17m수준으로 현존 최대 규모의 머스크 Triple-E급 선박이 접안하는데 무리가 없다. 부산신항 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터미널도 모두 아웃리치가 70m 수준인 컨테이너크레인을 각각 12대, 11대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머스크의 1만8000TEU 컨테이너선이 부산신항에 입항했으며 앞으로 부산항에서 연간 9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할 계획이다.

‘초대형화’라는 대세를 따르고 있지만 업계의 속앓이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선사들이 선박 대형화를 주도하다보니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선 경쟁이 불가피 하지만 물량 회복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투자가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단 현재로서는 운영상의 문제는 없기 때문에 추가 투자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물동량의 증가 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도 “당장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초대형 선박이 늘어나는 흐름에 대해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다. 물량이 확보되지 않는데 배랑 항만 크기만 경쟁적으로 키워서는 안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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