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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시→‘지용시’, 샤넬→‘채널’…즐겁구나, 명품 패러디
[헤럴드경제=박동미 기자]영화 ‘건축학개론’의 승민(이제훈)은 서연(배수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수입브랜드 티셔츠를 입고 나가지만, 알고보니 ‘짝퉁’이다. 철자 틀린 ‘게스’ 티셔츠가 창피해진 승민은 차에서 내려 쏜살같이 도망간다. 프랑스 브랜드 지방시를 연상케 하는 ‘지용시’ 모자(승민의 기준엔 이 역시 ‘짝퉁’이다)를 쓰고 다니는 지드래곤이라면. 과연, 도망쳤을까. 승민이 한심했을게다. 그리고 “이봐, 이런게 ‘진짜’ 패션이라는 거야!”라고 외쳤을지도 모를 일. 똑같이 특정브랜드를 흉내낸 ‘가짜’지만, 1990년대를 사는 승민의 ‘게스’는 모방제품이고, 2000년대 패션 아이콘 지드래곤의 ‘지용시’는 패러디 제품이다. 모르고 입었느냐, 일부러 입었느냐의 차이가 있다. 전자는 부끄러워해도, 후자는 ‘당당’하다. 그래서 더욱 즐거운 ‘패션’으로 승화한다. 



지드래곤 등 국내 대표 아이돌 스타 중심으로 지용시(지방시)와 같은 패러디 티셔츠가 인기다. 패러디 티셔츠란 에르메스(HERMES)는 호미스(HOMIES)로, 샤넬(CHANEL)은 채널(CHANNEL)로, 구찌(GUCCI)는 부찌(BUCCI)등으로 일부러 바꿔 제작한 옷이다. 누가봐도 ‘알만한’ 브랜드의 로고를 살짝 비틀어, 재미를 유발한다. 패션계에서는 이를 ‘페이크(FAKEㆍ속임수)’ 패션이라고도 부른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눈에 띄게 증가한 페이크패션에 대해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는게 아니라, ‘명품’ 추종자들이나 물질 만능주의를 비꼬는 메시지도 담겨있다”고 전한다. 다시말해, 티셔츠 앞면에 쓰여진 문구로 ‘소통’을 시도한다는 것. ”나는 허례허식을 중요시 여기지 않는다”, “브랜드에 열광하지 않는다”라는 ‘자기 표현’이라는 의미다. 



2NE1의 산다라박과 씨엘, 그리고 배우 한채아도 최근 발망(BALMAIN)을 패러디한 발린(BALLIN) 맨투맨 티셔츠를 입어 화제가 됐다. 특히 씨엘은 파급력이 큰 ‘공항패션’으로 이 패러디 티셔츠를 선택해 네티즌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발린’은 지드래곤의 ‘지용시’보다 한발 더 나아갔는데, 재치와 유머를 넘어 패션성까지 갖췄다. 발빠른 네티즌들은 이미 이 옷을 만든 디자이너에 대한 정보와, 옷의 가격 등 상세한 정보를 입수했다. 



패러디 티셔츠 열풍은 사실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다. 특히, 음악 속에 사회 비판과 풍자를 많이 담아내는 힙합 뮤지션들의 패션코드와 잘 맞아떨어졌다. 래퍼 에이셉 라키는 하이엔드 브랜드 ‘꼼 데 가르송’을 ‘꼼 데 퍽다운’으로 바꿨고, 헐리우드 스타 마일리 사이러스는 ‘에르메스’를 ‘호미스’로 변형한 티셔츠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패러디 티셔츠는 대부분 해외에서 만들어진다. 대표적인게 미국의 ‘에스에스유아르(SSUR)’로 국내에도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있다. 또, 2004년 뉴욕에서 탄생한 ‘리즌(Reason)’도 펜디(FENDI)를 흉내낸 트렌디(TRENDI)로 뉴욕타임스 등 현지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가격도 2~3만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씨엘의 ‘발린’티셔츠를 만든 브라이언 리히텐버그의 옷은 약간 프리미엄이 있다. 5만~10만원선. 아이돌이 아닌 누구라도 사 입을 수 있는 가격이다. 국내 최초로 패러디 티셔츠를 브랜드화해 일본ㆍ홍콩으로 수출하고 있는 ‘모낫(MONO’T)’의 옷은 2만원이 채 안된다. 


국내 패션시장에서도 패러디 티셔츠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젊은층의 패션 트렌드를 리드하는 아이돌 스타들이 자주 입고 등장한 것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또, ‘뻔한’ 명품 브랜드 로고에 상당수 소비자들이 질려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주희 ‘모낫’ 대표는 “처음에는 일본 등 해외쪽 수요 때문에 티셔츠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최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문의가 많아서 본격적으로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고 전한다. 



11번가에 따르면 패러디 티셔츠 대표 브랜드 SSUR와 DOPE의 상품 매출이 지난 6~7월동안 전년 같은기간 대비 각각 30%, 40% 상승했다. 또, ‘패러디 티셔츠’란 쇼핑검색어는 2012년 1000위 밖에 있었지만, 2013년 7월에는 600위권으로 껑충 뛰었다. 남은희 11번가 패션문화연구소 소장은 “눈속임을 넘어 즐거움이 더욱 강화된 ‘페이크 패션’이 진화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명품을 적극 소비할 만큼 충분한 경제력이 있는 ‘패션 고관여자’ 중심으로 이러한 경향이 번지는게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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