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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뮤지컬단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지만…”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공연계 종사들에겐 ‘꿈의 무대’다. 엄정한 대관 심사를 뚫고 입성하는 것만으로도 예술인에겐 자부심을 준다.

그 무대에 세종문화회관 상주 예술단인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뮤지컬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이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9일까지 17일간의 일정으로 올랐다. 지난해 12월 열하루 동안 공연해 2만명을 모아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내부 평가를 받고, 초연작을 다듬어 올리는 앙코르 공연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은 공공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놓여 이도 저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세종문회화관의 현재의 고민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품이다. 또 저예산 창작뮤지컬의 한계를 보여, 창작뮤지컬을 후퇴시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120만부가 팔린 최일도 목사의 저서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나눔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으며, 실화가 가진 진정성의 힘만으로도 관객을 끌어당긴다. 청년 최일도는 최루탄이 난무하고 전경과 학생이 대치하던 1979년 봄, 5세 연상인 수녀 시인 김연수를 만나 한눈에 반해 1년 넘게 끈질긴 구애를 한다. 이뤄지기 힘든 연심에 비관하며 일도는 바다에 뛰어들 작정을 하고, 연수는 그의 진심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수녀복을 벗는다. 신학도와 수녀의 사랑과 결혼이 1막의 큰 줄기라면 2막에선 청량리 588 매춘굴의 매춘부 여성, 포주, 노숙자 등 비루한 삶의 군상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다. 일도는 서울역에서 한 거지 노인이 나흘째 굶고 쓰러져 있어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서울의 비정함에 충격을 받고, 다일공동체를 만들어 무료 급식 봉사를 시작한다. 어머니와 아내의 반대, 포주의협박 등 주변의 숱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일도는 고집스럽게 봉사자의 외길(一道)을 선택한다.


지난해에 비해 무대셋트와 노래가 풍성해져 뮤지컬다워졌다. 티켓가격이 3만~6만원의 저가인데도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또 아내 연수의 비중이 커져, 연수가 부르는 노래도 10곡으로 늘었다. 뮤지컬 무대는 처음인 배우 강성연의 연기와 가창력도 무난하고, 서울시뮤지컬단의 30년 베테랑 배우 왕은숙 등 조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하지만 2막에서 매춘부 향숙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야기의 맥락이 끊기고, 최 목사의 생애를 통해 보여주려던 나눔과 희생, 헌신의 주제의식도 흐려졌다. 보편적인 미덕의 주제의식이 약해지면서 2막 마지막곡을 ‘아멘’으로 끝맺는 대목 등 전체적으로 기독교 색채는 더 짙게 느껴진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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