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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기 신도시의 굴욕
주차시설 불편하고…
낡은 건물도 불만족

새 아파트 어디없나
주변 단지 곁눈질만…

84㎡형 기준 평촌 4억·의왕 5억
분당 매매가도 절반 가까이 폭락

1기 신도시 아파트 노후화 영향
입지조건보다 새건물 선호 뚜렷
新·舊단지 가치 갈수록 벌어져

평촌신도시에 살고 있는 자영업자 정모(50세)씨. 정씨는 요즘 의왕시에 위치한 새 아파트에 자꾸 마음이 끌린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가 주차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수도꼭지를 틀면 녹물까지 나오는 등 여간 불편한 게 아니어서 입주 5년 미만의 새 아파트를 찾던중 의왕시에서 마음에 꼭 드는 아파트를 찾은 것.

의왕시엔 1기 신도시와 달리 ‘포일자이’, ‘래미안에버하임’, ‘우미린’ 등 2009년쯤 입주한 새 아파트가 꽤 많다. 정씨는 “평촌신도시 주민들은 과거 의왕시 아파트는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신도시의 헌 아파트에서 불편하게 사느니 차라리 살기 편한 의왕시 주변 새 아파트로 이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년이 넘은 1기 신도시 아파트의 인기가 추락하면서 신도시에 속하지 않은 주변 새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정씨처럼 1기 신도시에 거주하는 주민중 새 아파트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 아파트의 시세가 최근 크게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인접 지역 새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1기 신도시는 학군이 좋고 교통 여건등 기반시설이 뛰어나 인접 지역보다 주택 시세가 20% 이상 비싼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상황이 역전됐다.

입주한지 20년 이상이 지난 1기신도시 아파트가 노후화돼 살기 불편해지자 신도시 주변 새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평촌신도시와 인접한 의왕시의 포일자이 전경.

부동산114에 따르면 평촌신도시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현재 1194만원 수준이지만 2009년 입주한 의왕시 일대 새 아파트는 대부분 3.3㎡당 1400만원을 웃돈다. 의왕시 내손동 포일자이 84㎡형(이하 전용면적)은 5억원 전후에 시세가 형성됐다. 하지만 같은 평형인 평촌 ‘초원대림’ 아파트(84㎡형)는 4억원 밑으로 급매물이 나온다. 초원대림은 래미안에버하임이 입주할 당시(2009년 말) 5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아파트다.

분당신도시도 시세가 많게는 절반 가까이 폭락하면서 매맷가격이 주변에 위치한 새 아파트에 밀리는 모습이다. 분당 장안타운 157㎡형은 2008년까지 10억원을 웃돌았지만 올해 7월엔 5억2000만원으로 반토막났다. 이에 비해 분당신도시 외곽인 도촌동에 2011년 입주한 휴먼시아 147㎡형은 5억9000만원은 줘야 살 수 있다.

산본신도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산본신도시 84㎡형은 대부분 3억원대 초반이지만 2010년 입주한 군포시 ‘래미안하이어스’ 84㎡형은 4억6000만~5억원 정도다.

이처럼 수도권 일대에서 인기 아파트의 세대교체나 나타나는 것은 1기신도시 아파트가 노후화되면서 생활에 불편한 점이 많은 데다 교통환경이나 학군 프리미엄 등의 잇점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1기 신도시엔 주차시설이 부족하고 배관이 녹슬어 녹물이 나오는 입주 20년 이상된 아파트가 많다. 여기에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이 불투명한 점도 1기신도시 아파트의 인기를 위축시킨 이유중 하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엔 신도시라면 오래된 아파트라도 웃돈이 붙어 다른 지역의 새 아파트보다 비싸게 거래됐지만 요즘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신도시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대신 살기 편한 새 아파트가 가치를 인정받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주택시장에서 새 아파트에 대한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의 분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시 아파트의 3.3㎡당 시세는 입주 5년 미만 1858만원, 6~10년 1860만원, 11년 이상 1543만원으로 오래될수록 시세가 낮게 형성됐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과거 주택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을 땐 입지만 좋으면 인근 지역내 집값은 비슷했다”며 “하지만 주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최근엔 새 아파트와 헌 아파트의 가치가 뚜렷하게 구별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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