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연극 무대로 복귀한 연기파 배우 3인…관록 연기에 관객들 ‘뭉클’
장인이 도구 탓하지 않고,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TV, 스크린에서 명품 연기로 사랑받아 온 연기파 배우 윤제문(43), 손병호(51), 김뢰하(48) 등 3명이 고향인 좁은 소극장 무대로 돌아 와 여름철 관객의 가슴을 덥히고 있다. 관객의 입에서 “역시! 이래서 명품배우구나”란 소리가 절로 나오게 무대에서 힘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출세작 ‘뿌리깊은 나무’ 때문인 지 몰라도 윤제문에게선 나무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현실에 뿌리를 단단히 박고, 커다른 그늘을 만드는, 어떤 시련에도 내 집은 지키려는 우직함이 느껴진다.

극단 골목길의 신작 ‘피리부는 사나이’(~4일, 선돌극장)는 박근형 연출이 실제 윤제문을 연상하고 극본을 썼다. 중소기업 회장의 수족 윤부장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약육강식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블랙코미디다. 대강의 줄거리는 ‘막장드라마’에 가깝다. 중소기업 회장의 수족 윤부장(윤제문)은 딸의 결혼, 아들 군입대, 회장 댁 옆 별채에 얹혀사는 집 문제 등으로 인해 회장을 향한 온갖 굴종을 마다하지 않는다. 회장을 보필해 중국과 베트남 등지로 장기 해외 출장을 간 사이 아내는 아들의 친구인 회장 아들과 불륜을 저지르고, 급기야 임신까지 한다. 바람 난 아내를 심판할 것인가, 아이를 낙태시킬 것인가, 회장과의 인연을 끊을 것인가 등 여러 딜레마를 두고 가족들은 팽팽한 설전을 펼친다. 윤부장은 부동산중개소를 하던 이북 출신 아버지를 떠올리고, 소금을 부는 데 윤제문은 대학 풍물패 등에서 갈고 닦은 녹록치 않은 연주 실력을 보여준다.


TV예능의 ‘손병호게임’으로 더 유명해진 손병호는 ‘8월의 축제’(~11일, 대학로예술극장3관)에서 죽은 딸의 영혼과 교감하는 따뜻하고 자상한 아버지 역할을 열연하고 있다. 영화사 기억속의 매미의 연극 신작으로, 손병호의 연극 무대는 8년만이다. 그는 1990년 동아연극상, 1998년 서울연극제 연기상 등 이미 오래전 연극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다. 한 여름 매미가 우는 시골집의 평상을 배경으로 잔잔한 분위기의 무대가 연출되며, 가족, 연인간의 사별을 담담하게 그려 관객의 가슴을 적시는 ‘힐링’ 연극이다. 관객을 몰입시키는 손병호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인지 극이 끝날 무렵 객석에선 눈가를 닦는 관객도 있다.


‘품바 오리지널’(~31일, 상상아트홀)에서 ‘품바’ 김뢰하는 허름한 상거지 복장을 했지만 연기만은 명품이다.1인 10역 이상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게 해내고 있다. 상스럽지만 구수한 우리말의 ‘욕’ 표현은 관객을 정신없이 웃게 만들지만, 일제 강점기, 5ㆍ18 사태 등 굴곡진 우리 역사를 훑고 민초의 희생을 얘기할 때는 숙연케 만든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