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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夜심만만…해가 지면 또다른 해가 뜬다
“술취해 비틀거리는 밤문화는 옛말 ” 여가생활 즐기는 ‘新올빼미족’ 급증
심야커피전문점·심야극장 등 야간산업 호황…소비생활의 다양성 촉진도



장마는 길어지고 있지만, 야간시간을 재미있게 활용하는 ‘올빼미족’이 늘고 있다. 무더운 여름에는 밤에 놀고, 운동하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야간형 인간’이 많아진다. 야간 운동, 야간 쇼핑, 야간 극장, 야간 식당, 야간 산책 등 올빼미족이 할 수 있는 ‘꺼리’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야간에 생활하는 ‘호모 나이트쿠스(homo nightcus)’에게는 새로운 야간 아이템을 개발할 좋은 기회다.

올빼미족이 생긴 지는 꽤 오래됐다. 킴스클럽 등 대형 할인점이 본격적으로 심야 영업을 강화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영국의 사회학자 레온 크라이츠먼은 ‘24시간 사회’(2001년)라는 책에서 24시간 사회가 되려면 24시간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한 재벌 기업에서 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제를 실시하다가 슬그머니 없어진 적이 있다. 이런 제도는 은행이 오전 9시에 문을 여는 체제에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24시간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대형 마트, 편의점, 헤어숍, 찜질방, 헬스장, 야식집, 365일 은행 자동화기기 등 24시간 이용 가능한 상점과 시설들이 확대되고 있다. 미용실이 24시간 영업하는 나라는 한국 외에는 찾기 힘들다.

실질적인 24시간 여가생활은 전두환정권 때 이뤄진 통행금지 해제 조치와 통금 해제 이후에도 한동안 이어진 영업시간 제한제도의 철폐를 거친 이후에야 가능해졌다. 시간에 대한 제약이 없어지고 자율권을 주면서 밤의 라이프스타일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초기의 구(舊)올빼미족이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내며 시간 주권 회복의 자유를 만끽하는 데에 치중했다면, 요즘의 신(新)올빼미족은 심야보다는 저녁 9시~자정의 야간 라이프스타일을 디테일하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구올빼미족이 야간시간의 ‘양’에 주목했다면, 신올빼미족은 야간의 ‘질’을 중시한다.

야간에 술을 먹고 비틀거리는 것은 옛말이다. 가족과 연인이 시원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야간에 한강으로 향하고, 극장에 가며, 야간 쇼핑에 나선다. 심야 버스와 심야 커피전문점, 24시간 PC방, 야간 스크린골프장, 심야 어린이방 등이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

야간 산업의 급증은 결국 여가문화의 발전을 가져왔지만 시장의 이익 극대화 욕구와 맞물려 소비생활의 촉진으로 이어졌다. 24시간 내내 소비가 이뤄지는 것이다. 최석호 레저경영연구소장은 “야간 라이프스타일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원하는 것은 언제라도 편리하고, 자유롭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24시간 내내 차별이 이뤄지고, 또 소비를 하느라 늘어난 카드빚을 메우기 위해 또다시 일자리를 찾아나서야 한다는 건 신자유주의의 중요한 단면이기도 하다. 이른바 ‘일과 소비의 교활한 악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간에 여가를 즐기는 올빼미족은 고칼로리 음식을 찾거나 잦은 야식 등으로 비만의 위험에도 노출돼 있고, 자칫 생체 리듬도 깨질 수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제 낮과 밤은 자연이 정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정하는 시대다. 네온사인이 반짝이면 자고 싶은 사람도 뭘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면서 “야간 문화의 발전은 인공의 빛이 자연의 빛을 밀어내고 나온 것인 만큼 자연적인 흐름에 반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한여름밤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야간시간을 값지게 활용하는‘ 新올빼미족’이 늘고 있다. 야간시간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라이프스타일은 디테일하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생활의 촉진으로 이어졌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오늘, 대한민국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안훈·박해묵·이상섭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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